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날씨다. 구름이라도 끼면 발전 효율이 크게 낮아진다. 그렇다면 비도, 구름도 없는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면 어떨까.
우주에 태양전지판을 띄워 전력을 생산하고 지구로 전송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우주 태양광 발전 실험이 성공하면 기상이나 밤낮에 관계없이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시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는 지난 3일(현지 시간)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우주 태양광 전력 실험장치(SSPD)’를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칼텍 연구진은 이 장치로 앞으로 6개월간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알리 하지미리 칼텍 전자·생물의학과 교수는 “우주 태양광 발전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지만, 이번 실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길 기대한다”며 “우주 태양광 발전의 상용화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의 핵심은 우주 공간에 있는 태양전지판에서 만들어진 전기에너지를 전자기파나 레이저로 바꿔 지구에 설치된 수신 안테나로 보내는 기술이다.
칼텍 연구진이 개발한 SSPD는 총 3개의 실험 장치로 구성돼 있다. 태양전지판을 펼치고, 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돌체(DOLCE)’ , 무선 전력 송신 장치인 ‘메이플(MAPLE)’과 시험용 태양전지 32종 중 발전 효율이 우수한 것을 선별하는 ‘알바(ALBA)’가 있다.
SSPD는 우주에서 만든 전기에너지를 전자기파 중 하나인 마이크로파로 바꿔 지구로 보낼 계획이다. 고주파수 영역에 속하는 마이크로파는 투과력이 좋고, 지구 대기와 구름 등에 흡수되지 않는다. 전력 송신 과정에서 전기에너지의 손실이 일어나지 않아 우주 태양광 발전에 가장 적합한 파장으로 꼽힌다.
다만 전자기파는 거리에 따라서 에너지 손실이 커진다. 고도가 최대 2000㎞에 이르는 지구 저궤도에서 지상으로 전기에너지를 보내려면 거대한 송신 안테나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상화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전력 송신의 효율은 안테나가 클수록 높아진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송신 안테나 크기를 1~2㎞, 수신 안테나 크기를 5㎞로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길이가 73m인 것과 비교하면 송신 안테나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파 대신 레이저로 에너지를 보내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레이저는 전자기파와 다르게 거리에 따른 에너지 손실이 적고, 거대한 송신 안테나도 필요 없다. 다만 레이저는 지구 대기의 영향을 받아 에너지가 손실돼 지구로 전기에너지를 보내는 방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화 책임연구원은 “레이저를 이용한 전력 송신 기술은 인공위성 사이의 전력 전송이나 달에 에너지를 보내는 목적으로 연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은 최근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이 중요해지면서 연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달 22일 우주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솔라리스’ 계획을 승인했다. ESA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해 2025년까지 우주 태양광 발전 기초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2040년까지 상용화 수준의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연구진도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인공위성 사이의 전력 송신을 위한 기술 설계를 마쳤다. 올해는 우주에서 지구로 전력을 송신하는 기술 설계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