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 시각) 별세한 월터 캐닝험이 1968년 아폴로 7호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NASA

최초의 달 탐사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7호의 우주비행사 월터 커닝햄이 아흔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1963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세 번째 우주비행사 그룹으로 선발돼 아폴로 7호 임무를 수행했다.

나사는 4일(현지 시각) 아폴로 달 탐사 프로그램의 우주비행사였던 커닝햄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는 아폴로 7호를 타고 우주에서 승무원 모듈 엔진 점화와 달 궤도 랑데부(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 우주에서 만나는 작업) 기동, 승무원 활동 TV 생방송 전송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사망 원인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커닝햄은 나사가 반세기만에 다시 추진하고 있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렘인 ‘아르테미스’의 길을 닦은 인물로 평가된다. 나사는 1967년 아폴로 1호 폭발로 우주비행사 3명을 잃었다. 아폴로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도 있는 위기였다. 커닝햄이 탑승한 아폴로 7호는 1968년 10월에 11일간 지구 둘레를 163바퀴를 돌고 귀환해, 아폴로 1호의 실패를 극복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아폴로 유인 우주선의 첫 발사인 아폴로 7호에서 커닝햄과 동료들은 아르테미스 세대를 위한 길을 닦으면서 역사를 만들었다”고 추도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름으로, 태양의 신 아폴론(로마명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이다. 커닝햄이 달 탐사를 위해 우주를 다녀온 지 55년이 지난 지금, 아폴로를 이어 누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다시 달 탐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별로 돌아간 커닝햄을 이어 달에 다녀왔던 다른 아폴로 우주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달 착륙 후 지구로 귀환한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이 격리실에 있는 모습. 왼쪽부터 닐 암스트롱, 마이클 콜린스, 버즈 올드린. /NASA

◇처음 달 착륙한 아폴로 11호… 유일한 생존자 버즈 올드린

달에 착륙한 첫 유인 우주선은 아폴로 11호다. 우주선에는 사령관 닐 암스트롱과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이 탑승했다. 이들은 1969년 7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를 떠나 달에 착륙한 뒤, 당시 상황을 TV 전송해 생중계했다.

달에 발걸음을 딛으며 “이것은 한 인간에겐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닐 암스트롱은 82세인 2012년 심장 수술을 받고 합병증으로 숨졌다. 암스트롱은 1970년 나사에서 나온 뒤로는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주개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다만 달 착륙 이후 엄청난 관심에 은둔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한다.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컬럼비아호’를 조종한 마이클 콜린스는 당시 관제센터와의 교선, 달 뒷면 비행을 수행했다. 콜린스는 달 착륙에 성공한 뒤 1970년 나사를 나왔다. 국무부에서 공보담당 차관보를 맡고 국립항공우주박물관장을 역임했다. 콜린스도 암스트롱과 마찬가지로 우주 탐사에 대한 많은 서적을 남기면서 우주개발 분야에 지속적으로 기여했다. 그는 2021년 암 투병 중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영화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버즈 라이트이어’의 모티브인 버즈 올드린은 아폴로 11호 승선자 중 유일하게 생존한 상태다. 그는 암스트롱 다음으로 달을 걸은 두 번째 우주인이다. 1930년에 태어나 올해로 93세인 올드린은 나사와 공군을 나온 뒤 우주 탐사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궤도상 랑데부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지구와 화성 왕복 항행이 가능한 궤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관련해 달을 전초 기지로 삼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주목받았다.

아폴로 17호 사령관이자 역사상 마지막으로 달에 착륙한 유진 서넌이 훈련받는 모습. /NASA

◇계속된 달을 향한 여정… 우주인 대부분은 별이 됐다

달에 착륙한 우주선이 아폴로 11호만은 아니다. 1969년 11월 발사된 아폴로 12호와 1971년 아폴로 14·15호, 1972년 아폴로 16·17호도 모두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다만 대부분 우주인이 사망했다. 우주 탐사를 직접 수행한 우주비행사가 줄어드는 건 그들의 축적한 지식과 능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큰 손실이다.

아폴로 12호의 선장 찰스 콘래드는 1973년 민간기업에 들어가 부사장으로 지내다 1999년 69세 나이에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다. 아폴로 14호의 선장 앨런 셰퍼드는 1974년 나사에서 은퇴했다. 셰퍼드는 국립우주연구소장을 역임하고, 공학도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우주비행사장학재단을 설립했다. 1996년 백혈병 진단을 받은 그는 2년 뒤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달에 다녀온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은 어떨까. 아폴로 17호를 지휘한 유진 서넌은 달에 발자국을 남긴 마지막 인간이다. 나사를 나온 이후로는 우주 탐사 관련 자문과 강연을 하며 다녔다. 2017년 별세하기 전까지 전면 중단된 달 유인 탐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17호에 탑승했던 사령선 조종사 로널드 에반스와 지질학자 해리슨 슈미트도 달 유인 탐사를 마친 뒤 나사를 나왔다. 에반스는 우주 탐사 민간기업에 들어가 활동하다 1990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현재까지 생존해있는 슈미트는 바로 공화당으로 들어가 1976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치 활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