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약물 배출을 예측할 때 쓰는 수식의 오류를 찾아내고, 정확도를 2배 높인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쓰이는 예측 수식의 정확도가 높아지면 약물 부작용을 줄이고,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는 등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IBS, KAIST, 충남대 공동연구팀이 FDA에서 약물의 분해와 배출을 예측할 때 쓰는 수식의 정확도가 낮은 이유를 밝히고, 정확도를 2배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만들어 국제학술지 ‘임상 약학 및 치료제’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약은 우리 몸에 들어와서 혈액, 기관 등에서 일정 시간 이상을 머물며 효과를 나타낸다. 인체에 머무는 약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분해 효소에 의해서 점점 분해되고 배출되는데, 배출 속도는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큰 영향을 준다. 신약을 개발할 때는 약물이 분해되는 속도에 따라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낮출 수 있는 농도를 기준으로 만들게 된다.
다만 두 종류 이상의 약을 함께 먹으면 간에서 만들어지는 효소의 양이 변하면서 약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속도가 하나의 약을 먹을 때와 달라지는 약물 상호작용(DDI)이 일어난다. 약물 상호작용(DDI)은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그만큼 약물 상호작용에 따라 약물의 배출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신약 개발과 약 처방에 중요하다. 신약을 개발할 때는 약물 상호작용도 함께 연구해 표기하도록 하는데, 이 정보는 의사는 환자에게 여러 약물을 동시에 처방할 때 참고하는 중요 정보 중 하나다.
신약을 개발할 때는 2만 종이 넘는 모든 승인 약물을 대상으로 연구하기는 어려운 만큼, 실제 실험을 대신해 약물에 의해 간의 효소가 만들어지는 양의 변화와 영향을 예측하는 수식을 활용한다. FDA는 1997년 지침서를 만들어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수식을 제시하고, 신약 개발 과정에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 수식은 정확도가 낮다는 한계를 지적받아 왔다. 실제로 신약 개발 현장에서는 수식의 낮은 정확도를 보정하기 위해 자체적인 상수를 도입해 사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 연구팀은 수식의 정확도가 낮은 이유를 예상보다 높은 간의 효소 농도에서 찾았다. 인체의 효소 농도가 아주 낮은 상황을 가정해 수식이 만들어진 탓에 실제 간의 효소 농도에서는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재경 IBS CI는 “이 수식은 효소 농도가 아주 낮을 때만 성립하는 데, 실제 간 효소 농도를 측정해 보니 예측보다 10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수식의 정확도가 낮은 원인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제 간의 효소 농도를 반영해 효소의 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 높아지면 약물의 분해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지도록 수식을 개선했다. 새롭게 만든 수식의 정확도를 비교하기 위해 약물의 실제 실험으로 약물 상호작용을 측정하고, 기존 수식과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에 쓰이던 수식은 약물 상호작용을 실제 측정값보다 낮게 예측해 오차범위 2배 안에서 38% 정확도를 나타낸데 반해 새롭게 만든 수식은 80% 정확도로 예측해냈다.
김 CI는 “이번 연구를 통해서 약물 상호작용 예측의 정확도가 낮았던 이유를 밝히고 정확도가 높은 새로운 수식도 제시했다”며 “조만간 FDA 지침서에 반영돼 신약 개발에서 부작용을 낮추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Clinical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DOI : 10.1002/cpt.2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