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물질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주변 환경을 인지하면서 성장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사람이나 컴퓨터가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성장 방향을 설정해 극한 환경을 탐사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기계공학부 소속 김호영 교수와 박찬진 연구원, 재료공학부 소속 선정윤 교수와 이해령 연구원, 가천대 기계스마트산업공학부 소속 박근환 교수 공동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공동연구팀은 식물과 버섯 같은 곰팡이가 빛과 영양분을 이용해 성장하는 방식에 영감을 받아 인공 물질 시스템을 개발했다. 식물의 영양분 공급을 담당하는 뿌리털이 주로 끝부분에서만 성장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생물이 외부 자극을 감지하면서 성장 방향을 바꾸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핵심적인 원리는 ‘비용매 유도 상분리 현상(Non-solvent Induced Phase Separation, NIPS)’이다. 비용매 유도 상분리 현상은 폴리머(많은 수의 저분자 기본단위가 화학 결합한 고분자)를 용매에 녹인 후 비용매에 가라앉힌 뒤, 용액의 조성 변화로 고분자를 침전시키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비용매 유도 상분리 현상을 이용해 고분자 용액을 물속에서 분사하고, 침전물의 크기와 속도, 유속 등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들을 조성했다. 연구 결과, 인공 물질 시스템은 빛과 중력, 외부 접촉을 감지하고 성장 방향을 조정해나갔다.
이번에 개발된 고분자 용액 기반 인공 물질 시스템은 다른 물질을 이송하는 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전도성이 있는 액체금속을 이송해 끊긴 회로를 연결하는 전선이나, 물속에서 물과 잘 섞이는 액체를 유출 없이 수송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주변 환경을 탐사하고, 물질을 이송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PNAS, DOI : https://doi.org/10.1073/pnas.2211416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