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표어를 들고 있는 시민/픽사베이

대학 수업에서 사용하는 생물학 교과서에서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실현하기로 합의했지만 미래 인재 육성에 사용하는 교과서가 정작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니퍼 랜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팀은 50년간 발행된 대학 생물학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문장이 2000년대 평균 52건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0년대 들어 45건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21일자에 소개했다.

◇기후변화 언급 2010년대 오히려 더 줄어

연구팀은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출판된 대학 생물학 교과서 57권을 분석했다. 이들 교과서에서 기후변화의 관련 내용은 2000년대까지 꾸준히 늘어났다가 10년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들이 담고 있는 기후변화를 다룬 문장 수를 조사한 결과 1990년 이전에는 교과서당 평균 10개 미만의 문장에서만, 1990년대에는 평균 30개의 문장에서 기후변화를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관련 내용은 더 늘어나 2000년대에는 평균 52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기후변화 관련 내용은 평균 45문장으로 다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정 등 2010년대 들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2010년대 발행된 교과서가 이전보다 관련 정보를 덜 다루는 셈이다.

최근 10년새 교과서에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한 횟수뿐 아니라 내용도 후퇴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 중 기후변화의 영향에 관한 내용은 1990년대보다 2000년대 들어 더 늘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 내용은 같은 기간 오히려 더 줄었다.

실제로 1990년대만 해도 교과서 내용 중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 방안을 다룬 내용은 15%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나온 교과서에는 관련 내용이 3% 이하로 줄었다.

◇기후변화 해법 분량도 줄고 위치도 뒤로

기후변화를 다룬 내용이 실린 위치도 점점 더 뒤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에는 책 전체 분량의 마지막 15% 부분에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실렸는데 2010년대 들어서는 마지막 2.5% 부분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은 자칫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각국의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랜딘 교수는 “대다수 교수가 교과서 내용을 순서대로 가르치고 때때로 뒷부분은 건너뛴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과서가 기후 해결책을 다루는 데 상당히 적은 분량만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자칫 대학생들에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암시를 줄 수 있어 숙명론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자료 PLOS ONE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78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