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와 카리브해 해안에서 흔히 보는 맹그로브숲이 바다의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해 저장하는 천연 필터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맹그로브 숲이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완충 작용을 하는 역할한다는 사실이 또 한번 증명된 셈이다.
중국열대농업과학원과 광시대 연구팀은 맹그로브 나무가 해수 속 미세플라스틱을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환경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인터넷판에 20일 소개했다.
맹그로브 나무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아열대나 열대지방 해안에 사는 식물로 담수가 아닌 바닷물에서 살면서 해안선을 침식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역할을 한다. 빽빽한 받침뿌리가 엉켜 숲을 이뤄 강력한 태풍, 쓰나미, 폭풍해일로부터 육지를 보호해주고 각종 바다생물의 삶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전세계 논문 72건과 보고서 57건을 분석해 맹그로브 숲의 바다로 흘러든 미세플라스틱을 걸러주고 이를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이 사용한 방법은 메타분석법인데 이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로 연구된 연구물을 종합해 의미를 찾아내는 연구 방식이다. 개별로 이뤄지고 규모가 작은 여러 연구 결과물에서 거시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어 최근 과학 연구에 많이 활용된다.
분석에 사용된 이전 연구들은 주로 맹그로브숲에 미세플라스틱이 어떻게 유입되는지, 어디서 흘러들었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주목했다. 반면 연구팀은 맹그로브숲이 들어선 지역과 그렇지 않은 해안 지역의 미세플라스틱 분포의 차이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브라질, 중국, 콜롬비아 해안선에 형성된 맹그로브숲에서 맹그로브 나무가 없는 지역보다 훨씬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맹그로브숲 주변 퇴적물과 생물들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맹그로브 나무의 복잡한 구조와 높은 밀집도 덕분에 바닷물을 떠다니던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달라붙어 가라앉은 것으로 확인했다. 맹그로브 나무에서 발생한 기포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포획하는 필터 역할을 해 더 쉽게 가라앉힌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맹그로브숲이 직접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능을 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맹그로브숲에 붙잡힌 미세플라스틱이 오래 남아 바다로 유입되는 양을 획기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선 맹그로브숲이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는지 분석한 연구가 많이 있는 반면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오래 남아있는지 분석한 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맹그로브숲이 미세플라스틱의 바다 유입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날 생태적 위험성에 관한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