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를 개발한 곽호정 한국화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왼쪽)과 오동엽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오른쪽).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해양과 토양에서 완전히 생분해되면서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 친환경 종이 빨대가 개발됐다. 대량 생산도 가능해 식당·카페 내 플라스틱 규제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은 6일 화학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소속 오동엽 책임연구원과 곽호정 박사후연구원, 박제영 서강대 교수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생분해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를 합성한 후, 여기에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을 소량 첨가해 코팅 물질을 만드는 방식으로 종이 빨대를 개발했다. PBS는 석유계 폴리프로필렌과 유사한 성질을 보이는 플리에스터 계열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이다.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은 셀룰로오스를 직경 10~2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길이 200나노미터로 만들어 표면적을 넓힌 소재다.

기존 종이 빨대는 100% 종이로 만든 것이 아닌 폴리에틸렌이나 아크릴 수지로 코팅한 것이다. 이 경우 폐기 시 코팅된 폴리에틸렌이 분해되지 않고 떨어져 나와 미세플라스틱을 생성한다. 또 종이와 플라스틱이 합쳐져 있어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재활용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체제로는 옥수수에서 얻을 수 있는 폴리락틱산 빨대와 쌀 빨대가 있다. 하지만 폴리락틱산 빨대는 해양에서 분해가 되지 않고, 쌀 빨대는 대량 생산이 어렵고 단면이 날카롭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 종이 빨대는 표면이 균일하게 코팅되지 않아 음료에 닿으면 금방 눅눅해져 사용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새로 개발된 종이 빨대는 셀룰로오스 나노크리스탈이 종이 주성분과 같은 성분인 덕에 균일하고 단단하게 코팅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에 종이 빨대를 우유나 기름이 포함된 음료, 탄산음료에 장시간 사용해도 눅눅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종이 빨대는 섭씨 5도 물에 1분 동안 담갔다 꺼내면 25그램(g) 무게에도 쉽게 구부러졌지만, 새로 개발된 종이 빨대는 같은 조건에 50그램 무게에도 잘 구부러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개발된 종이 빨대가 바다에서도 분해가 잘 된다고 설명했다. 바다는 온도가 낮고 염도가 높아 미생물 증식이 어려워 종이·플라스틱 분해가 토양에 비해 느리다. 개발된 종이 빨대를 수심 1.5~2미터(m) 깊이에 담그는 실험 결과, 60일 후에는 50%가, 120일 후에는 빨대가 완전히 분해됐다. 기존 종이 빨대는 120일 후에도 전혀 분해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동엽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사례”라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다양한 친환경 소재로 바꾸면, 미래 환경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달 21일 게재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참고자료]

Advanced Science, DOI : https://doi.org/10.1002/advs.202205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