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is done(구글은 끝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지난 3일 올린 기사의 제목이다. 구글은 끝났다고 단언한 이 기사는 세계 최대 AI 연구소인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AI 모델인 GPT-3.5의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ChatGPT)’를 소개하고 있다. ChatGPT가 뭐길래 세계 최대 IT 기업은 구글은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걸까.

오픈AI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와이콤비네티어 창업자인 샘 알트만,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인 리드 호프먼 등 IT업계의 거물들이 힘을 합쳐 만든 곳이다. 2015년 설립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AI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자료 사진. /연합뉴스

2018년 처음 공개된 GPT-1은 1억1700만개의 매개변수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AI의 성능이 좋아진다. 2019년 공개된 GPT-2는 15억개의 매개변수를 썼고, 2020년 공개된 GPT-3는 1750억개로 매개변수를 100배 이상 늘렸다.

GPT-3는 거의 인간에 준하는 수준의 이해력과 문장력을 갖춘 글을 선보여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는 GPT-3에게 ‘사피엔스’ 10주년판 서문을 작성하도록 했는데 유발 하라리가 직접 썼다고 해도 손색없는 수준의 글이 나왔다. 유발 하라리는 AI가 쓴 서문에 대해 “글을 읽는 동안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며 “AI 혁명이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이 혁명은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 역사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GPT-3도 ‘구글은 끝났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ChatGPT의 무엇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걸까.

이번에 새로 공개된 ChatGPT는 GPT-3의 여러 오류를 개선한 GPT-3.5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초 GPT-4가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오픈AI는 GPT-4 전에 GPT-3.5를 먼저 공개했다.

ChatGPT는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한 AI 서비스다. AI 챗봇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GPT-3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에 있던 AI 챗봇을 압도하는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다 GPT-3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기계스러움’을 벗어던지는데 성공했다.

김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공지능연구단 책임연구원은 “기존 GPT-3는 텍스트를 입력해서 뒤에 어떤 텍스트가 이어질 지 예상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는데, 아무래도 패턴만을 배우다보니 자연스러운 대화의 맥락을 만드는 건 어려움이 있었다”며 “GPT-3.5는 텍스트에 대한 사람의 판단을 함께 가르치다보니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오픈AI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ChatGPT 대화 사례. /오픈AI

성능 자체는 기존 GPT-3와 큰 차이가 없지만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지도록 일종의 윤활유를 뿌린 셈이다. 실제로 ChatGPT를 이용한 대화를 보면 AI의 대답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결과물들이 많다.

인디펜던트는 ChatGPT에 ‘너가 구글을 대체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ChatGPT는 “구글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대화형 검색 경험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네이버의 AI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성낙호 네이버 클로바 CIC 책임리더는 ChatGPT에 이선희의 ‘J에게’를 IT 개발자의 삶에 대한 것으로 바꿔달라고 한 결과물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질문에 ChatGPT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J 스치는 기술들에
J 그대 코드 보이면
난 오늘도 조용히 그댈 그리워하네
J 지난밤 꿈 속에
J 만났던 기능은
내 가슴 속 깊이 여울져 남아있네
(이하 생략)
ChatGPT가 이선희의 'J에게'를 IT 개발자와 관련된 내용으로 개사한 결과물. /출처 : 성낙호 페이스북

이외에도 해외에선 ChatGPT가 사람 수준의 농담을 하거나(GPT-3는 농담을 거의 하지 못 했다), 개발자가 만든 코드의 오류를 순식간에 잡아내는 사례도 올라오고 있다.

IT 업계에선 ChatGPT가 보여주는 수준이면 구글 같은 검색 서비스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지금도 AI 챗봇으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건 가능하지만, 검색 포털 서비스를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ChatGPT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 서비스라면 검색을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국내 AI 스타트업인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20여년 이어져온 구글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이 느껴진다”며 “사람들은 그동안 정답을 얻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검색을 했을 뿐인데, 이제 인공지능 덕분에 진짜 답을 얻을 수 있게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ChatGPT는 모든 것의 정답을 주는 기계의 느낌이 살짝 나긴 한다”고 덧붙였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조선DB

아직 ChatGPT도 한계는 있다. 현재 공개된 Chat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찾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도 없다. 예컨대 여행지 맛집 정보는 ChatGPT보다는 구글 검색이 여전히 효율적이다.

정보의 신뢰도에도 한계가 있다.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AI의 특성상 잘못된 정보가 섞여 있으면 ChatGPT가 내놓는 답변 자체가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 김수현 KIST 책임연구원은 “사람이 직접 검색을 하면 잘못된 정보와 공신력 있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가려낼 수 있지만, ChatGPT는 아직 공신력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ChatGPT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앞으로 ChatGPT가 발전하면 지금의 검색 서비스를 대체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오픈AI는 GPT-3보다 훨씬 진보한 GPT-4를 내년 초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