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닻을 올린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사업이 시작 단계부터 예산 삭감 위기에 놓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예산 불용 우려를 근거로 삭감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산 불용 우려는 근거가 없다며 예산 삭감에 반대하고 있다.
25일 과학계에 따르면, 국회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과기정통부의 내년도 예산안 중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예산에서 112억5000만원을 감액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KPS의 내년도 예산이 67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6분의 1을 삭감하려는 셈이다.
KPS 개발사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위성항법시스템(GPS)을 국내 환경에 맞게끔 정밀하게 개발하는 사업이다. GPS는 군사적 목적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에 탑재돼 개인의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한국은 자체 GPS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상용 GPS 신호에 의지하고 있다. 미국 상용 GPS는 오차가 약 10m에 달하고 도심이나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 환경에 맞지 않아 신호품질도 열악한 편이다. 과기정통부가 KPS 개발에 나선 이유다.
KPS는 현재 10m 수준인 오차율을 5cm 수준으로 낮추는 걸 목표로 한다. 2035년까지 14년간 총 3조7234억원이 투입되는 거대 국책 사업이다. 2027년 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2034년에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개발사업본부를 꾸리고 출범식을 가졌다. 당초 4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본부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두 달 정도 사업이 지연됐고, 이 때문에 이미 올해 2차 추경 때 KPS에 배정된 예산 중 56억원이 삭감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사업 출범이 지연됐지만 연말까지 올해 배정된 예산을 100% 집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에 직접 참석해 “11월까지 50억원 정도가 집행이 됐지만 12월에는 전부 집행이 가능하다”며 “다음 연도로 (올해 예산이) 이월될 우려는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발사업본부의 구성품이나 공동연구개발 계약 체결이 12월 중에 진행될 예정이라 올해 예산은 100% 집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올해 예산이 불용될 우려가 있다며 내년도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년도 KPS 사업에 배정된 예산 중 두달 치인 112억5000만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과기정통부가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KPS 예산안 삭감은 안 된다고 맞서면서 아직 예결위에 보류된 상태다.
과학계는 내년부터 KPS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첫 해부터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건 전체 사업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KPS 사업에 참여하는 한 과학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독자적인 GPS를 만들었고 일본도 2023년부터는 구축을 한다”며 “KPS는 다른 우주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사업인 만큼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 초반에 예산이 삭감되면 전체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회를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