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밖 외계행성에서도 지구처럼 햇빛이 대기와 반응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같은 방법으로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3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처음으로 태양계 밖 외계행성의 대기를 이루는 화학성분을 모두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올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외계행성 대기에서 빛이 이산화황 생성 확인
이전에도 허블 우주망원경이나 스피처 우주망원경으로 외계행성에 있는 분자를 포착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외계행성의 대기를 이루는 원자와 분자 전체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특히 외계행성에서도 지구처럼 공전하는 항성(恒星)에서 온 빛이 대기에서 광화학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 300여명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날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5편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지난 7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지구에서 700광년(光年,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WASP-39 b 외계행성을 40시간 넘게 관측했다.
WASP-39 b는 토성처럼 가스로 이뤄진 행성이다. 질량은 목성의 3분의 1 정도이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듯 WASP-39이란 항성을 4일에 한 번 공전한다. 이는 수성과 태양의 거리보다 8배나 가까이 항성에 붙어 돌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행성의 온도는 섭씨 900도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른바 투과 분광학이라는 방법으로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했다. 행성이 지나가면 항성에서 나온 빛이 대기를 통과한다. 대기를 구성하는 물질마다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 과학자들은 제임스 웹의 적외선 카메라 4대로 항성에서 나온 빛의 파장이 외계행성을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포착해 대기의 구성 성분을 알아냈다.
제임스 웹은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이산화황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과학자들은 항성에서 나온 빛이 대기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산화황을 생성했다고 설명했다. 빛이 먼저 대기 중의 물분자를 산소와 수소로 분리한다. 이들이 나중에 황화수소와 반응해 이산화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산화황 분석 논문의 제1저자인 영국 엑시터대의 상-민 차이 박사는 “외계행성에서 처음으로 대기에서 일어나는 광화학반응을 관측했다”며 “앞으로 외계행성의 대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물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같은 분자와 함께 나트륨, 칼륨 같은 원자도 포착됐다.
미국 UC(캘리포니아대) 산타 크루즈의 나탈리 바탈라 교수는 나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동시에 여러 장비로 외계행성을 관측해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자외선 파장대를 모두 분석했다”며 “이런 데이터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연구 판도를 바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라 크라이드버그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학연구소장은 이날 네이처에 “이전에도 많은 외계행성을 연구했지만 이번과 같은 데이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생명체 살 수 있는 행성 추적에 기준점 마련
과학자들은 WASP-39 b 행성이 오래 전 지금보다 더 먼 곳에서 미행성체라고 불리는 작은 천체들이 융합하면서 생성됐다고 본다. UC 산타 크루즈의 오노 카주마사 박사는 “수소 대비 황의 비율이 높은 것은 미행성체들이 융합하면서 대기에 황을 전달했기 때문”이라며 “탄소보다 수소가 많은 것도 이 행성이 지금보다 더 먼 곳에서 형성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외계행성이 태양계에서 목성이 있는 곳처럼 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얼음 형태로 상당량의 물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외계행성이 그동안 어떤 속도로 지금 위치로 이동했는지 알아낼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행성을 찾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공동 연구진을 이끈 미국 시카고대의 제이콥 빈 교수는 이날 네이처에 “대기에서 일어나는 광화학반응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행성에서도 중요한 과정”이라며 “WASP-30 b 외계행성 분석은 과학자들의 최종 목표인 생명체 거주 외계행성을 찾는 데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계행성에서 이산화황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구에서 태양광이 대기와 반응해 오존층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 오존층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자외선을 차단해 생명체가 살 수 있게 한다. 과학자들은 외계행성 중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곳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5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이중 30%는 이번 외계행성처럼 가스형 행성이다. 단 4%만 지구와 비슷한 크기에 역시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발견된 ‘트라피스트-1(TRAPPIST-1)’이라는 왜성(矮星)을 공전하는 행성 4개이다.
트라피스트-1 행성들은 지구에서 불과 40광년 떨어져 있지 않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리에서 항성을 공전하고 있어 어느 곳보다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됐다. 나사는 “이번 발견은 제임스 웹의 관측 장비가 트라피스트-1 행성 같은 지구형 행성까지 모든 외계행성을 분석할 수 있음을 입증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211.10487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211.10488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211.10489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211.10490
arXiv, DOI: https://doi.org/10.48550/arXiv.2211.10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