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1호가 16일 오전 1시 47분(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로 향했다. 아르테미스 1호는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 발사체에 유인 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했다./NASA/Bill Ingalls

인류가 다시 달로 가는 여정에 돌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6일 오전 1시 47분(미 동부시간, 한국 시각 오후 3시 47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달로 가는 아르테미스(Artemis) 1호를 발사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맥이 끊긴 달 유인(有人) 탐사가 반세기만에 재개된 것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그리스신화 속 달의 여신 이름을 땄다. 나사는 오는 2025년 달에 우주인 2명을 착륙시킬 계획이다. 이번 아르테미스 1호는 발사체와 우주선 시험용으로, 실제 우주인 대신 마네킹을 실어 보냈다.

아르테미스 비행 상상도. SLS 로켓이 우주로 나가 오리온 우주선을 달로 밀어준다. 오리온 우주선은 달 궤도를 돌면서 예상 착륙지를 탐사하고 다음달 태평양으로 귀환한다./NASA

사상 최대 로켓, 유인 우주선 데뷔

일정대로 진행되면 아르테미스1호는 16일 발사 후 달 궤도에서 수 주간 임무를 하다가 다음 달 11일 지구로 귀환한다. 2024년에 실제 우주인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가 달 궤도를 다녀오고, 2025년에는 아르테미스 3호가 반세기만에 다시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위해 우주발사체(로켓)와 유인 우주선을 새로 개발했다.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체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pace Launch System, SLS)은 높이가 98미터(m)로 자유의 여신상(93m)보다 크고, 무게는 2500톤(t)에 이른다. 로켓을 밀어 올리는 힘인 추력은 400만㎏으로 아폴로 시대의 새턴V 로켓보다 15% 세다. 나사는 2014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30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입했다.

그래픽=이은현

SLS 로켓 상단에는 오리온 유인 우주선이 실렸다. 오리온 우주선은 발사 1시간 57분 뒤 상단 로켓과 분리돼 독자적으로 달로 간다. 오리온은 달 궤도를 돌다 임무 26일째인 12월 11일 미국 샌디에이고 앞 태평양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과학계는 SLS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앞으로 화성 같은 심우주(深宇宙)로 탐사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나사는 SLS의 성능을 개선해 화성까지 보낼 계획이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인류의 달 거주가 목표가 아니라 화성 같은 심우주 탐사를 위한 테스트베트(testbed, 시험무대)의 성격이 강하다”며 “달은 대기가 없어 화성보다 조건이 나빠 심우주 탐사용 기술을 극한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8월 5일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달 탐사선 다누리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김 단장은 “다누리는 다음 달 17일부터 달 궤도 진입을 위한 기동을 한다”며 “달 궤도 진입은 나사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어서 아르테미스 1호 임무와 상충될 우려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주방사선 측정할 마네킹 3개 탑재

아르테미스 1호에는 우주인 대신 마네킹이 탑승했다. 사령관석에는 ‘무네킹 캄포스(Moonekin Campos)’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 크기의 마네킹이 앉았다. 무네킹은 달을 뜻하는 영어 문(moon)과 마네킹(manekin)의 합성어다. 캄포스는 아폴로 13호의 안전한 귀환을 도운 엔지니어 아르투로 캄포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여성의 뼈와 장기, 연조직을 모방한 재료로 만들어진 ‘헬가’와 ‘조하르’란 이름의 마네킹도 우주선에 실린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처음 달을 밟을 우주인 2명 중 한 명은 여성으로 정할 예정이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는 여성 우주인이 달로 가는 동안 우주방사선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아보기 위해 이 마네킹을 개발했다. 이전에도 우주정거장에서 마네킹으로 인체에 미치는 방사선을 연구했지만 모두 남성용을 썼다.

독일 연구진은 여성의 방사선 피해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이전처럼 마네킹 표면에 센서를 장착하지 않고 실제 장기 위치에 장착했다. 센서를 몸 안에 이식한 셈이다. 과학자들은 여성의 신체 중 유방과 난소가 특히 방사선에 취약하다고 본다. 그만큼 우주여행으로 인한 암 발병 위험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고 추정된다. 조하르에게는 이스라엘 우주국이 개발한 방사선 방호조끼를 입혀 헬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아르테미스1호에 탑승한 마네킹 우주인. 사령관석에는 사람 크기의 무네킹 캄포스(위)가 탑승했으며, 여성 신체 상반신 구조를 모방한 헬가와 조하르도 실렸다(아래). 조하르는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방사능 방호조끼를 착용했다./NASA

꼬마 위성이 이미 선발대로 출발

아르테미스에는 향후 달 탐사를 위해 정찰대 역할을 할 위성들도 실렸다. 유인 우주선 오리온과 로켓 연결 부분에 꼬마 위성인 큐브 위성 13기도 같이 실어 보냈다.

큐브 위성은 원래 교육용으로 개발된 초소형 위성이만, 최근 전자공학의 발달로 과거 대형 위성이 하던 일까지 맡고 있다. 아르테미스 1호에 실린 큐브 위성들은 심우주 여행 동안 생명체에 미치는 우주방사선을 측정하고 달 남극에 물이 있는 곳도 확인할 계획이다.

나사가 아르테미스 1호에 앞서 보낸 선발대도 큐브 위성이었다. 지난 6월 28일 뉴질랜드에서 민간우주업체 로켓랩은 일렉트론 로켓으로 달 탐사 위성인 캡스톤(CAPSTONE)을 발사했다. 캡스톤은 미국 우주 기업인 어드밴스 사이언스가 개발했다. 전자레인지만 한 크기에 무게는 25㎏에 불과하다.

나사는 유인 달 탐사를 위해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곳을 정거장 삼아 유인 우주선이 달을 오가게 한다는 계획이다. 캡스톤은 게이트웨이 정거장의 예상 궤도를 미리 점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캡스톤은 자체 추진력으로 4개월 비행 후 지난 13일 달 궤도에 도착했다. 나사는 게이트웨이가 수직헤일로궤도(NRHO)라는 공전 궤도를 돌도록 했다. 달이 지구를 도는 공전 궤도와 거의 수직 방향으로 달을 도는 궤도다. 이렇게 하면 우주정거장이 달 뒤로 가서 지구와 통신이 끊어지는 일이 없다. 캡스톤은 게이트웨이 궤도를 미리 돌면서 자동 항법 장치와 통신이 제대로 가동할지 미리 점검한다.

달 탐사 큐브 위성 캡스톤의 비행 상상도. 지난 6월 발사돼 13일 달 궤도에 진입했다./NASA

캡스톤은 그 동안 두 번이나 지상과 통신이 끊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처음엔 지상에서 통신 스위치를 끄라는 명령을 잘못 보냈고, 두 번째는 부품 이상으로 위성이 비정상적으로 회전하는 바람에 통신이 두절됐다. 다행히 두 번 모두 문제점을 해결해 현재 정상적으로 지구와 통신을 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민간 참여로 탐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과거 달에 우주선을 보낼 때는 높이 111m의 새턴 5호 로켓을 써 한 번에 10억 달러가 들었다. 이번엔 큐브 위성인 캡스톤을 보내 높이 20m인 소형 일렉트론 로켓을 썼다. 덕분에 위성 제작과 발사에 모두 3000만 달러밖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