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저소득 국가에 집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7일(현지 시각)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暴炎, heatwave)이 전 세계에 수조, 수십조 달러의 경제적 손해를 유발했으며, 그 피해는 적도 주변 저소득 국가들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사상 최초로 기후변화가 유발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어떻게 배상을 할지 논의를 시작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 선진국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저소득 국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환경 불평등을 수치로 확인
네이처지는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의 저스틴 맨킨 교수가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논문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인간이 유발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1992~2013년 전 세계 경제가 입은 누적 피해가 5조~29조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그 피해는 나라마다 달랐다. 적도 근처 저소득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6.7% 하락한 반면, 선진국들은 평균 1.5%만 떨어졌다.
이는 이집트 COP27에서 저소득 국가들이 주장하는 선진국의 손해배상 책임론을 뒷받침한다. 온실가스는 선진국이 많이 배출했는데 피해는 저소득 국가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카이 콘후버 교수는 네이처에 “이번 연구는 환경 불평등을 다룰 기후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COP27의 핵심 주제인 기후변화 손해배상 논의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비키 톰슨 박사도 “지구 온난화 효과가 국가마다 다르다는 것은 이전에는 정성적으로만 얘기했지만, 이번 분석은 이를 정량적으로 다뤘다”고 평가했다.
◇폭염 일수를 기준으로 분석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폭염의 경제적 피해를 계산하기 위해 1992~2013년 각국의 연간 평균 기온과 연중 가장 더웠던 5일을 분석했다. 공저자인 크리스토퍼 캘러한 다트머스대 연구원은 “그해 가장 뜨거웠던 날에는 기후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라며 “폭염이 발생한 날은 곡물을 파괴하고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며 직장에서 부상도 더 많이 유발한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온실가스는 부유한 나라들이 더 많이 배출하지만 기온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 국가들이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테면 적도 근처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말리는 폭염으로 인해 1인당 GDP가 5%까지 떨어졌는데, 선진국인 캐나다와 핀란드는 1%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기후변화가 야기한 폭염이나 폭우 피해를 입은 나라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전략을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캘러한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1년 중 가장 뜨거운 5일이 경제적 피해를 더 많이 입혔음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연중 기온이 가장 높았던 시기에 폭염 피해를 줄일 투자를 집중하면 경제적 보상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d3726
Nature,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2-03573-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