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줄다리기 장면. 경기가 시작되면 바로 뒤로 누워서 버티다 상대가 흐트러지면 일제히 당겨 승리했다./드라마 화면 캡처

넷플릭스(Netflix)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은 줄다리기(tug of war)를 할 때 일단 누워서 버티다가 상대가 흐트러질 때 당기면 이긴다고 그렸다. 드라마 속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맞는지 실험으로 규명한 학생들이 올해 전국과학전람회 대통령상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중앙과학관은 “제68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충북과학고 2학년 노수빈, 안연수, 이원호 학생으로 구성된 ‘줄줄 연수원’팀이 출품한 작품이 학생부 대통령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줄줄 연수원팀은 ‘줄다리기, 정말 누우면 이길까? 로봇개발을 통한 줄다리기 핵심 메커니즘 탐구’이란 작품을 출품했다. 학생들은 드라마처럼 줄다리기를 할 때 누워서 버티면 이기는지 궁금증으로 탐구를 시작했다.

정도일 지도교사는 “탐구 결과 줄다리기를 할 때 누워 버티면 돌림힘(토크)의 평형 원리에 따라 당기는 힘인 장력이 커져 상대방이 더 큰 힘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렛대 한쪽이 짧아도 아래로 누르면 긴팔과 평형을 이룰 수 있다. 마찬가지로 누우면 중력이 작용해 지렛대를 누르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줄다리기 전술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양쪽 다 누우면 어떻게 될까. 정 교사는 “줄다리기 선수들은 누워서 앞뒤가 아니라 위아래로 줄을 당기는 것을 확인했다”며 “아래위로 반동을 하면 미끄러지지 않아 더 많이 누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누워서 아래위로 줄을 당기면 이긴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줄다리기 로봇으로 실험을 해서 밝힌 줄다리기 원리가 재난 구조 로봇, 행성 탐사 로봇에도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충북과학고 학생들은 줄다리기의 핵심 메커니즘을 반영한 줄다리기 로봇을 개발해 줄을 당기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국립중앙과학관

전국과학전람회는 초‧중‧고 학생과 교원·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활동을 장려하여 과학 탐구심을 높이고, 과학인구 저변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1949년부터 열리고 있다. 올해 제68회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출품된 전체 2607점의 작품 가운데 300점이 본선에 진출했다.

교원‧일반부(지구 및 환경부문)에서는 강원 문막초 박가람 교사, 철암초 최정윤 교사, 거성초 김진영 교사의 ‘친환경적으로’팀이 출품한 ‘우뭇가사리와 개박하를 활용한 친환경 멀칭매트 사용이 식물의 생육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작품이 대통령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농업에서 땅을 덮는 데 쓰이는 비닐을 우뭇가사리와 개박하로 만든 친환경 재료로 대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국무총리상에는 학생부(생물부문)에서 ‘돌재보석’팀(충남 석성초 4학년 김담율, 김주호, 허다슬 학생)의 ‘정전기를 이용한 박주가리 열매의 이동특성 탐구’ 작품이, 교원‧일반부(산업 및 에너지부문)에서는 전남 대덕초 이유나 교사의 ‘자실체 구조 관찰이 용이한 양송이버섯 키트제작 및 교육자료 개발’ 작품이 각각 선정됐디.

이밖에 최우수상 10점, 특상 75점, 우수상 100점, 장려상 111점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30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개최된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학생과 지도교원에게는 해외 선진과학문화탐방의 기회도 제공된다. 전체 수상자 명단은 국립중앙과학관 누리집(www.science.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출품작품들은 국립중앙과학관 미래기술관 특별전시실(3층)에서 오는 27일까지 전시된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지속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창의적 과학탐구 결과를 좋은 작품으로 보여준 학생들의 노고를 높이 산다”며 “대회 참가 경험이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