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인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부 기관에서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 적용 범위를 좁히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출연연 25곳에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18개 기관이 개선을 요구했다. 출연연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직, 기술직 인력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블라인드 채용으로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등 여러 연구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으로는 지원자 전공 적합성, 전문성, 연구역량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녹색기술센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은 "전반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완화하여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연구직에 대해 블라인드 채용 제도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문재인 정부가 채용 과정의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겠다며 지난 2017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이에 따라 모든 공공부문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지역, 학력 등이 채용 과정에서 노출되지 않게 됐다.
그러나 과학기술 연구 현장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채용 지원자의 학력, 지도교수, 논문, 참여 과제 등이 전문성을 판단한 핵심 요인인데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식품연구원(KFRI)은 "채용 시 연구실적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나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연구실적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재료연구원(KIMS)은 "직장경력, 자기소개서 내용 이외에 평가위원이 지원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거의 없다"며 "정년퇴직한 지원자는 연구원 정년제도로 채용대상이 될 수 없지만, 채용 전형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연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1차 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우수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았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연구기관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