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 29일 충북 괴산군 장연면 장암리 한 주택 담벼락이 갈라졌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은 금이 간 담벼락 모습. /연합뉴스

이달 29일 오전 8시 27분쯤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 지점에서 규모 3.5와 4.1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기상청은 두 번째 지진 규모를 4.3으로 발표했다가 4.1로 조정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오래된 주택 담벼락이 갈라지고 지붕과 유리가 파손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보고됐다. 지리적으로 남한 정중앙에 자리한 괴산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서울과 강원, 경남 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이번 지진은 이 지역에서 발달한 북북동-남남서 방향(혹은 서북서-동남동 방향)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분석됐다. 주향이동 단층이란 경계면을 두고 맞닿아있는 두 지층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수평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지진이다. 이런 단층은 한반도에서 흔히 지질을 유발하는 단층으로 평가된다. 한반도 지진 전문가인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동은 북동과 남서 방향으로 강한 진동이 발생한 이유는 한반도에서 발달한 지질구조의 형태와 단층면에서 발생한 지진파의 방위각별 에너지 크기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장은 주향이동 단층에 대해 “서로 다른 두 지층을 종이, 지층이 맞닿은 경계면을 종이 절취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며 “절취선을 사이에 두고 양쪽 종이가 나란히 반대방향으로 찢어지며 발생하는 에너지가 땅을 흔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을 일으키는 지각 단층의 종류. /최정석 기자

국내 전문가들은 지진 종류는 주향이동 단층 이외에 정단층과 역단층이 있는데 국내에서 관측되는 지진 대부분이 주향이동 단층으로 발생한다. 지난 2016년 경북 경주시 내남면에서 발생한 진도 5.8규모 지진도 주향이동 단층이 원인이었다. 이는 국내에서 지진 관측이 정식으로 시작된 1978년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이번 괴산군 지진은 역대 38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올해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이번 지진은 기상청이 채택한 수정 메르칼리 진도 계급(MMI)기준으로 진도 3.50~4.36은 ‘중간’ 규모 지진이다. 올해 국내에서 관측된 61차례 지진 모두 중간 규모 이하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향이동 단층을 ‘약한 지진’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례로 지난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주향이동 단층이었으나 최대 진도가 7 안팎에 이른다. 당시 지진으로 사망자 273명, 부상자 2809명이 나왔고 총 2700억엔(약 2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최 센터장은 “지진 종류와 지진 규모 사이에는 연관성이 별로 없다”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진 대부분이 주향이동 단층 때문이라고 해서 막연히 ‘한국은 지진 안전 지대’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지방이나 시골에 있는 오래된 건물은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는 것에 대비가 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런 건물들은 중간 규모 지진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등이 나서 방어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지진이 ‘옥천단층’이 움직이면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옥천단층은 강원 남부에서 광주까지 이어지는 단층이다. 추가령단층(서울-원산), 양산단층(경북-경남)과 함께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지나는 대표적인 단층이다. 현재 기상청과 지질연은 단층 활성화 여부 등을 놓고 향후 내륙에 추가적인 지진 발생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