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참여 연구진. (왼쪽부터) 박승현 연구원, 이영욱 교수, 정철 연구교수, 손준혁 연구원. /연세대학교 제공

20년 넘게 과학계에서 정설로 여겨지며 노벨상까지 받은 이론인 ‘우주가속팽창’ 가설을 정면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국내 연구진이 발표했다. 우주가속팽창은 우주의 70%를 이루고 있다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이론이다. 때문에 국내 연구진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우주학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은하진화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은 우주가속팽창의 직접적 증거인 ‘초신성우주론’의 핵심 가정에 오류가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단체인 영국 왕립천문학회지 1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현재는 온라인에 사전 게재된 상태다.

초신성우주론은 초신성에서 발생하는 빛의 최대 밝기가 별의 나이와 상관 없이 전부 같다는 이론이다. 초신성이란 수명을 다한 별이 핵융합을 일으키며 밝은 빛을 폭발하듯 내뿜는 현상이다.

초신성우주론이 맞다면 지구에서 측정한 초신성의 밝기 최댓값은 모두 같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측정하면 초신성의 최대 밝기가 서로 달랐다. 특히 지구에서 가까운 초신성일수록 밝기가 더 낮았다.

우주가속팽창 모델은 그 이유를 암흑에너지에 의한 우주의 가속 팽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구에서 먼 별보다 가까운 별이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밝기가 더 낮다는 것이다. 우주가속팽창 모델을 지난 1998년 처음 제시한 아담 리스 박사는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앞서 이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0년 선행연구를 통해 이 가정에 오류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당시 이 교수 연구팀이 밝혀낸 건 초신성의 밝기 최댓값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후 리스 박사 연구팀이 반박 자료를 발표했다.

이 교수팀은 해당 반박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재반박하는 과정에서 이번 연구 성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신성의 밝기 최댓값이 서로 다를뿐더러, 별의 나이와도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뜻이다. 이 교수팀에 따르면 별의 나이가 어릴수록 초신성 밝기가 낮아진다.

다만 리스 박사 연구팀이 이 결과를 인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교수는 “자신에게 노벨상과 유명세를 안겨준 연구 결과와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을 (리스 박사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애초에 논문을 학술지에 싣는 과정에서도 30년 연구자 인생 평생 경험해본 적 없는 수준의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관측 지점으로부터 다양한 거리에 있는 초신성의 데이터를 분석해 근거를 강화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여전히 우주가속팽창 모델이 정설이라 믿는 주류 진영을 설득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