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자들이 사상 최초로 실험실에서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毛囊) 조직을 만들어 냈다. 나중에 모낭에서 털도 자라났다. 사람에서도 같은 방법이 성공하면 탈모 환자가 자신의 세포로 이식용 머리카락을 배양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의 후쿠다 준지 교수 연구진은 “두 가지 생쥐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미니 모낭 조직인 오가노이드(organoid)를 만들고 털까지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2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밝혔다.
◇미니 모낭 조직에서 머리털 자라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을 말한다. 미니 장기(臟器)라고도 불린다. 이전에는 인체 세포를 평면 배양접시에서 키워 인체 내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지만,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실제 장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험실에서 연구할 수 있다.
연구진은 모낭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23일 배양하자 내부에서 모간(毛幹))이 3㎜ 길이까지 자랐다고 밝혔다. 모간은 모낭에서 피부 밖으로 올라온 머리카락을 말한다. 이 머리카락이 검게 물드는 과정도 확인했다. 실제 모낭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과정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의 수정란에서 채취한 배아줄기세포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원시세포이다. 연구진은 피부가 되는 상피 줄기세포와 근육, 뼈를 만드는 중간엽 줄기세포을 섞어 배양했다.
두 줄기세포를 그대로 두면 양쪽으로 분리돼 아령 형태가 된다. 연구진은 두 줄기세포에 세포 사이를 채우는 결합조직인 기질을 추가했다. 배양액에 생쥐의 세포막에서 추출한 기질인 마트리젤을 사용했다.
그러자 중간엽 줄기세포는 밖으로 나가고 상피 줄기세포는 안으로 향하면서 핵과 껍질로 이뤄진 이른바 ‘코어-쉘(core-shell)’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질이 두 줄기세포 사이의 공간을 조정한 것이다. 이 상태로 배양하자 나중에 안쪽으로 모간이 자라났다.
◇머리카락 색소 침착 효과도 확인
후쿠다 교수는 “모낭 오가노이드로 모발이 어떻게 생기는지 규명할 수 있다”며 “연구가 발전하면 동물을 대신해 모발 관련 치료제를 시험하거나 탈모 환자에 이식하는 재생의료까지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진은 모낭 오가노이드에 멜라닌 세포를 자극하는 약물을 시험했다. 멜라닌 색소는 머리카락을 검게 한다. 약물을 주입하자 오가노이드에서 자란 머리카락이 더 짙어졌다.
후쿠다 교수 연구진은 “다음 단계는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해 모낭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탈모 치료제를 시험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에 이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탈모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증 진료 환자는 2001년 10만3000명에서 2020년 23만3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원형탈모이나 안드로젠 탈모증, 흉터 탈모증 환자들만 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화나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탈모까지 치면 인구의 20%인 1000만명 정도가 탈모인이라고 본다.
현재 마땅한 탈모 치료제나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모낭까지 달린 머리카락을 이식하면 좋지만 두피에서 충분한 양을 얻기 힘들다. 머리카락을 채취하다가 흉터가 남는 문제도 있다. 만약 자신의 줄기세포로 모낭을 배양할 수 있다는 그런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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