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 위로 끌어올린 대형 그물이 풀리자 일시에 엄청난 내용물이 쏟아진다. 물고기도, 조개도 아니다. 과학자들이 태평양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10톤을 끌어올려 단일 수거 최고 기록을 세웠다.
국제 환경 단체인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 해양 대청소)’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10만86㎏을 끌어 올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션 클린업이 바다에서 가져온 플라스틱은 총 145톤(14만5518㎏)이 됐다.
◇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 섬 제거 목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는 미국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 약 160만㎢ 넓이에 바다를 떠다니던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모인 곳이다. 오션 클린업은 남한 면적의 16배나 되는 이 플라스틱 쓰레기 섬을 제거할 기술을 개발하려고 설립됐다. 2013년 당시 네덜란드 델프트대의 항공우주공학 전공 대학생이던 보얀 슬랫(28)이 설립했다.
오션 클린업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대형 선박 두 척으로 대형 그물을 U자 모양으로 펼쳤다. 선박이 그물을 끌고 가면 그 안으로 바다를 떠다니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모인다. 그물 안쪽에 모인 플라스틱은 U자의 끝에 젖병 꼭지처럼 길게 달린 수거망으로 들어간다. 사냥감을 몰아 통으로 유인하는 셈이다.
수거망에 플라스틱이 가득 차면 입구를 닫고 그물에서 분리해 배로 끌어 올린다. 배에서 플라스틱을 쏟아낸 다음 다시 수거망을 U자형 그물에 붙여 수거 작업을 계속 한다.
오션 클린업은 “배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육지로 돌아와 재활용한다”며 “협력사들과 함께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내구성 있는 유용한 제품으로 바꿔 향후 수거 작업에 필요한 비용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오션 클린업은 2040년까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90%를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주 작업자 교대를 위해 항구로 돌아오기 전 한 차례 더 수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라스틱 수거량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수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해마다 3억 5000만톤 이상 나오지만, 대부분 재처리되지 않고 땅에 묻거나 그냥 자연으로 배출된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5%에 그친다. 종류별로 처리 기술이 다르지만, 분리수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그냥 버리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특히 바다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간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는 지금처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지면 2050년까지 바다에 무게로 따져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태평양 쓰레기 섬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은 대부분 어업을 하는 인근 국가에서 배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션 클린업 과학자들은 지난달 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2019년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 573㎏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길이 5㎝ 이상의 단단한 플라스틱을 종류 별로 분류했다. 가장 많은 것은 개수로 따져 33%를 차지한 미확인 플라스틱이었다.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것 중에는 어선이나 양식장에서 나온 어구(漁具)가 28%로 가장 많았다. 과학자들이 표면에 적힌 언어와 회사 이름을 기준으로 플라스틱 제품 232개를 국가 별로 분류했더니 3분의 2가 일본(34%)과 중국(32%)이었다. 나머지는 한국(10%), 미국(6.5%), 대만(5.6%), 캐나다(4.7%)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