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2018년 7월 20일 6km 상공에서 촬영한 소행성 류구의 모습./JAXA

일본 탐사선이 처음으로 소행성(小行星)에서 나온 가스를 지구로 가져왔다. 과학자들은 이 가스를 분석하면 소행성과 태양계의 역사를 새롭게 밝힐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일본 규슈대의 오카자키 류지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21일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가져온 소행성 류구의 토양 시료에서 처음으로 가스를 분석해 지금 위치에 온 시기를 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각각 실렸다,

소행성 내부의 가스 처음 분석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태양계의 형성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소행성의 토양 시료를 지구로 가져왔다. 소행성은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로,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만들어진 행성의 잔재로 추정된다. 혜성(彗星)과 비슷하지만, 휘발성 꼬리가 없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어로 송골매란 뜻인 하야부사 2호는 2014년 발사됐다. 류구 표면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가 담긴 캡슐은 2020년 12월 6일 호주 사막에 떨어졌다. 앞서 2003년 발사된 하야부사 1호는 이토카와 소행성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10년 만인 2013년 지구로 귀환했다.

소행성 류구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한 하야부사 2호 상상도./JAXA

과학자들은 그동안 운석(隕石)을 통해 소행성을 연구했다. 하지만 운석은 지구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류구 시료는 특수 용기에 들어있어 그런 문제가 없다.

전 세계 7개 연구 기관은 류구의 시료에서 헬륨과 네온, 질소, 아르곤 등 가스를 확인했다. 헬륨과 네온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에서 유래한 것이다. 류구의 토양 알갱이 안에 들어있다가 캡슐이 지구에 떨어질 때 표면이 벗겨지면서 방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질소나 아르곤은 지구 대기에 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극미량이어서 류구 자체의 가스 분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류구가 현 위치로 온 시기도 확인

연구진은 토양 입자를 통해 류구가 이동한 역사도 재구성했다. 소행성은 대기가 없어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동안 류구 표면에서 일어난 핵반응을 통해 소행성의 나이를 알 수 있다.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가 담긴 용기. 2020년 12월 6일 호주 사막에 떨어졌다./NASA

연구진은 태양풍에서 온 네온의 양과 토양 입자의 깊이를 토대로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시간을 계산했다. 그 결과 류구는 천체 충돌의 빈도가 높은 소행성대에서 현재 지구와 화성 사이 궤도로 약 500만년 전에 이동했다고 추정했다. 소행성이 500만년 전 지구로 가까이 오면서 이번에 분석한 표면 시료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류구의 모체는 태양계가 형성되던 시기인 45억년 전에 생겼다. 이번 연구 결과 류구는 태양계 끝자락인 천왕성과 해왕성 근처에서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목성과 화성 사이의 소행성대로 이동하면서 다른 천체와 충돌했고, 이때 생긴 파편들이 모여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자료

Science,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o0431

Science Advances,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d8141

Science Advances,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o7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