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손가락 끝에 붙이면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감지한 촉감을 전달하는 스티커형 텔레햅틱 장치를 개발했다. 텔레햅틱은 ‘원격’이란 뜻의 텔레라는 단어와 촉감을 제어하는 기술인 햅틱스를 합친 전문 용어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손가락 끝에 붙이면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감지한 촉감을 전달하는 스티커형 텔레햅틱 장치를 개발했다. 텔레햅틱은 ‘원격’이란 뜻의 텔레라는 단어와 촉감을 제어하는 기술인 햅틱스를 합친 전문 용어다. 촉감 전달 능력이 뛰어나고 크기도 손가락 끝에 붙일 정도로 작아져 향후 몰입감을 극대화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가상(VR)현실 기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3일 피부에 직접 붙여 생생한 촉각 경험을 전달하는 피부부착형 텔레햅틱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촉감 재현장치인 햅틱기술은 사람의 오감 가운데 시각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촉감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고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텔레햅틱 기술은 촉감을 원격으로 전송하는 기술이다.

충북대 연구팀이 200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 오감 정보를 데이터양으로 전환했을 때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76%, 촉각은 12%, 청각은 11%, 미각과 후각 1% 안팎을 차지한다. 촉감은 교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최근 메타버스와 가상(VR)·증강(AR)현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촉각을 활용한 몰입 경험을 극대화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각과 청각을 넘어선 촉각 커뮤니케이션의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초박막 고유연성 기판과 해상도 복합 압력센서, 고출력 다층구조의 초소형 압전 액추에이터, 압전센서·액추에이터 신호처리와 구동, 복합 촉감·질감 데이터 제어와 무선통신 기술이 집적된 결과라고 소개했다.

이 장치는 촉감과 물체 질감이 가지는 고유한 진동패턴을 이용한다. 촉각 수집 센서가 수집한 정보로 촉각재현 액추에이터(동력으로 기계를 작동시키는 장치)를 작동시켜 물체를 직접 만지지 않아도 마치 직접 만지는 것 같은 질감을 전달한다.

연구진은 앞서 지난해 4월 텔레햅틱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손가락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형태로 기술을 끌어올렸다.

연구진은 압력을 가하면 전압이 발생하는 압전소자와 유연기판을 개발하고 여기에 1mm 미만의 초소형 센서와 액추에이터로 회로 기판을 구성했다. 기판 두께는 머리카락 굵기 20분에 1 수준에 불과해 피부에 붙이는 데 적합하다. 1.8mm간격으로 세밀하게 설치한 복합 센서는 1~1000Hz에 이르는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촉각 패턴을 감지하는 수준이다. 느리게 바뀌는 압력과 빠르게 바뀌는 압력도 동시에 측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이전에 공개된 대다수 촉감 재현장치가 부피가 크고 성능이 떨어졌는데 피부에 붙일 정도로 얇아졌고 촉감과 질감을 더 정교하게 전달하게 된 것이다.

이 스티커형 텔레햅틱 장치는 면이나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얇은 섬유도 구별하고 점자책처럼 볼록하게 튀어나온 글자 형상, 플라스틱 막대가 손끝을 굴러갈 때 느낌까지 정확히 측정하고 재현한다. 촉감 센서가 위치별로 미세하게 다른 촉각 패턴까지 인식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장치가 블루투스 통신을 이용해 최대 15m 떨어진 물체의 질감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촉감과 질감 데이터를 전송할 때 지연시간이 1.55ms에 불과하고 재현된 정보가 97%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김혜진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피부에 붙이는 가볍고 유연한 온스킨(on-skin) 촉감재현 장치의 개발로 몰입도 높은 AR·VR 콘텐츠 개발 기반 환경을 조성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압전소자의 성능과 폼팩터(제품 외형이나 크기, 물리적 배열)를 더 고도화해 진동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촉각 자극을 결합해 현실과 같은 수준의 복합 촉감과 질감을 재현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압전소자와 회로 설계를 고도화해 출력 성능을 높이고 촉감에 열감과 냉감도 추가해 실제 사람 피부처럼 느끼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지난 9월 전자공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NPK플렉시블 일렉트로닉스’(임팩트 팩터 12.74)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