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 1등작, 마다가스카르 큰낮도마뱀붙이 태아의 다리, Michel Milinkovitch/Nikon Small World

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대륙과 떨어져 있어 독특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큰낮도마뱀붙이(Phelsuma grandis)도 그중 하나다.

몸길이 23-28cm인 이 도마뱀붙이가 올해 현미경 사진전의 주인공이 됐다. 카메라 제조 기업 니콘(Nikon)은 지난 12일 “마다가스카르 큰낮도마뱀붙이 태아의 발을 색색의 형광으로 나타낸 사진이 제48회 니콘 스몰월드 현미경 사진전의 1등 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발가락부터 혈액세포까지 보여줘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미린코비치 교수와 그리고리 티민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틀에 걸쳐 현미경으로 63배까지 확대해 도마뱀붙이 태아의 발을 찍었다. 티민 연구원은 “태아 발은 3㎜ 길이지만 고해상도 현미경에는 엄청난 크기의 시료였다”라며 “사진 300장을 이어 붙이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고 20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2022년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 2등작, 근상피세포가 둘러싼 유선포, Caleb Dawson/Nikon Small World

사진에 보이는 색은 실제가 아니라 일부러 입힌 것이다. 청록색은 자라고 있는 신경들을 보여준다. 골격을 이루는 콜라겐은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보인다. 밀린코비치 교수는 태아 발생과정에서 콜라겐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 신체와 조직 발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막 석회화가 시작된 뼈 조직은 사진에서 가장 밝게 보인다. 힘줄과 인대는 주황색 띠로 보이며, 발끝에는 혈관 속에 혈액세포들이 뭉쳐 있다. 밀린코비치 교수는 “이번 사진은 모든 크기의 아름다움을 다 보여준다”며 “첫눈에 발가락들이 보이고 계속 확대하면 뼈, 힘줄, 섬유질, 혈액세포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 3등작, 쥐 장의 혈관계,Sinem Karaman/Nikon Small World

모유 짜내는 근육까지 표현

2등은 호주 월터 앤드 엘리자 홀 의학연구소의 칼렙 도슨 박사가 젖을 분비하는 유선포를 둘러싼 근상피세포를 찍은 사진이 받았다. 도슨 박사는 일주일에 걸쳐 여러 가지 형광물질로 각 조직을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40배 확대해 사진을 찍었다.

도슨 박사는 사진 속 근상피세포는 옥시토신 호르몬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옥시토신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돼 자궁의 수축을 일으키거나 모유가 나오는 것을 촉진한다. 특히 배우자와의 유대감을 높여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졌다. 도슨 박사는 이런 현미경 사진으로 면역세포가 유방 조직과 모유를 먹는 아기를 어떻게 보호하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3등은 핀란드 헬싱키대의 시넴 카라만 박사와 사투 파본살로 연구원이 다 자란 쥐의 장에 있는 혈관계를 찍은 사진으로 수상했다. 이들과 함께 89점이 수천점의 응모작 중에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2년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 5등작, 점균, Alison Pollack/Nikon Small World

추상화 같은 이미지도 연출

5등작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진작가 앨리슨 폴락이 찍은 점균 사진에게 돌아갔다. 사진은 점균의 머리 부분을 10배 확대한 것으로 마치 모자를 장식하는 솔처럼 둥글고 주름진 공 두 개를 보여준다. 점균의 머리는 보통 매끈하지만 사진 속 머리는 너무 빨리 말라버려 주름진 모습을 보였다. 작가는 사진에 보이는 둥근 공 두 개가 마치 부모와 아이, 연인, 형제자매처럼 다정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추상화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들도 있다. 6등은 막 불이 꺼진 촛불 심지 주위로 탄소 입자가 구름처럼 둘러싼 모습을 포착했다. 초의 밀랍은 수소와 탄소 원자로 구성된다. 불이 붙으면 밀랍이 산화돼 이산화탄소가 된다. 일부 탄화수소는 제대로 타지 못하고 심지에 검댕으로 남는다.

2022년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 6등작, 꺼진 촛불 심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연소 탄소 입자들, Ole Bielfeldt/Nikon Small World

독일의 사진작가인 올레 비엘펠트는 “촛불이 꺼져도 심지는 여전히 뜨거워 밀랍 분자를 한동안 분해할 수 있지만 태우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심지 주위 구름은 그때 생긴 밀랍 분해 산물인 탄소 입자들인 것이다.

9등작은 일그러진 얼굴을 한 사람의 상반신처럼 보인다. 폴란드 바르샤바 공대의 마렉 수트코브스키 교수는 편광 현미경으로 액체 결정 혼합물을 40배 확대해 이런 모습을 포착했다.

2022년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 9등작, 액체 결정 혼합물. Marek Sutkowski/Nikon Small World

턱에 물린 파리의 최후 순간

10등은 튀르기예의 무라트 외즈튀르크가 찍은 곤충 사진에게 돌아갔다. 3.7배 확대한 현미경 사진에서 딱정벌레인 길앞잡이가 큰 턱으로 파리의 커다란 눈을 물고 있다. 외즈투르크는 “딱정벌레의 강력하고 날카로운 턱 때문에 붙잡힌 생명체가 살아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심사는 브라질 미나스 제라이스 연방대의 구스타보 메네제스 교수, 미국 뉴욕 타임스의 수석 비디오 저널리스트인 니콜라이 니콜로프 박사, 워싱턴포스트의 사진 에디터인 아나리스 뉘른버그, 미 국립보건원(NIH)의 클레어 워터만 박사가 맡았다.

2022년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 10등작, 길앞잡이에게 붙잡힌 파리. Murat Öztürk/Nikon Small World

니콘의 홍보책임자인 에릭 플렘은 “매년 니콘 스몰 월드는 훌륭한 과학 기술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현미경 사진들을 받는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과학과 예술의 교차 속에 올해 사진전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과학자와 예술자, 사진작가들이 놀라운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