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과학사업’으로 추진한 중이온가속기가 당초 계획보다 4년 늦게 일부 장비의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대전 중이온가속기연구소가 지난 7일 오후 3시 3분에 라온(RAON) 중이온가속기의 저에너지 가속 구간에서 첫 번째 빔 인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중이온가속기는 전자·양성자 같은 가벼운 물질을 가속하는 방사광가속기, 양성자가속기와 달리 수소보다 무거운 탄소나 우라늄 원자를 빛 속도의 50%까지 가속하는 장치다. 가속한 중이온이 다른 물질과 충돌하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원소나 신소재를 만들 수 있으며, 암세포도 죽일 수 있다.
연구소는 이번에 총 54기 저에너지 가속 모듈 중 앞 부분 5기에서 첫 번째 빔 인출 시험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빔 인출 시험 성공은 라온이 목표한 성능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라며 “자동차로 치면 1단 기어로 저속 주행 시험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계는 이번 시험은 중이온 가속이 아니라 가속 장비의 시험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입자 충돌은 하지 않고 저에너지 가속장치의 성능만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라온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라온은 세계 최초로 두 종류의 희귀 동위원소 생성 방식을 동시에 사용한다. 1단계로 양성자 빔을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자에 충돌시켜 쪼갠다. 여기서 나온 방사성 동위원소를 1차로 저에너지 구간에서 가속하고, 2차로 고에너지 구간 가속을 한다. 2단계는 최종 가속된 중이온을 얇은 표적에 충돌시켜 다시 새로운 동위원소를 얻는 과정이다. 이번 시험은 1, 2단계 충돌 과정과 무관하게 아르곤 입자로 저에너지 가속 효과만 확인했다.
라온이 목표한 대로 세계 최고 성능의 중이온가속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노벨상의 산실’로 만들겠다며 2011년부터 라온 구축에 총 1조518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2017년 완공 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2019년, 2021년으로 계속 연기돼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라온 완공이 늦어진 것은 핵심 부품인 고에너지 구간 가속장치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엔진도 없이 자동차 개발에 나선 것과 비슷하다. 정부 점검단은 지난해 2월 고에너지 가속장치는 아직 연구개발(R&D)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2단계 개발로 전략을 수정했다. 기술이 확보된 저에너지 가속 장치를 먼저 구축하고 기술력이 필요한 고에너지 장치는 나중에 연구·개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2단계 구축 사업을 확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