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우주 충돌 실험이 목표한 대로 소행성(小行星)의 궤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이 나타나면 같은 방법으로 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2일 “지난 2주 동안 관측 정보를 분석해 다트(DART) 무인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의 궤도를 바꿨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전시간 단축 목표의 25배 달성
나사는 지구를 위협하는 천체를 우주선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오전 8시 14분(한국 시각)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다트를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시켰다.
다트가 충돌한 디모르포스는 지름 약 160m이다. 충돌 전 이 소행성은 길이 780m인 소행성 디디모스의 주위를 11시간 55분 주기로 돌았다. 과학자들은 충돌 실험 이후 지상의 천체망원경으로 디모로포스의 공전 주기를 관측했다. 그 결과 디모르포스의 공전주기가 11시간 23분으로 32분 단축된 것을 확인했다. 측정 오차는 ±2분이다. 인류가 최초로 천체의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우리는 모두 지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면서 “이번 임무는 나사의 뛰어난 팀과 전 세계 파트너의 헌신을 보여준, 지구 방어와 인류 전체에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충돌 직전 나사는 디모르포스의 궤도가 73초 이상만 변해도 임무가 성공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초기 분석 결과는 다트는 성공 기준을 25배 이상 달성했음을 보여준다고 나사는 밝혔다.
나사 행성과학 부문장인 로리 글레이즈 박사는 “이번 결과는 다트와 소행성의 충돌 효과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며 “매일 새로운 자료가 들어오고 있어 천문학자들은 앞으로 근접 소행성이 나타났을 때 다트와 같은 임무가 어떻게 하면 지구를 지킬 수 있는지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후 유럽 우주선의 현장 감식도 추진
존스 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의 다트 프로젝트 책임자인 낸시 채봇 박사는 “다트 충돌로 소행성의 공전 주기가 4% 변했다”며 “다트는 소행성의 특성과 행성 방어 기술로서 동적 충돌의 효과에 대해 놀라운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트 연구진은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최초의 행성 방어 시험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계속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나사 과학자들은 계속 세계 곳곳에서 관측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연구 초점은 다트가 시속 2만2530㎞, 마하 18이 넘는 속도로 충돌하면서 운동량을 얼마나 잘 전달했는지 분석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충돌 실험으로 소행성에서 분출된 암석이 얼마인지 분석하는 것도 포함한다. 풍선이 바람이 빠지는 방향과 반대로 날아가듯 암석이 분출되면 소행성도 반동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소행성 표면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야 한다.
과학자들은 다트 충돌 실험 현장에 있는 초소형 위성 리차큐브(LICIACube)가 보내오는 영상을 계속 분석할 예정이다. 리차큐브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 20㎝, 30㎝ 크기에 무게는 14㎏이다. 지난해 11월 다트에 탑재돼 함께 발사됐다가 충돌 실험을 보름 앞두고 우주로 방출됐다. 이탈리아 우주국(ASI)은 지난달 28일 “무인(無人) 우주선 다트(DART)를 뒤따르던 초소형 위성 리차큐브(LICIACube)가 충돌 직후 소행성에서 먼지가 분출되는 모습을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지상에서도 같은 결과가 잇따랐다. 국제 공동 관측단의 일원인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 미츠페라몬 WISE 천문대에 설치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네트워크 0.5m 망원경’으로 다트가 소행성과 충돌한 뒤 먼지가 발생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유럽우주국(ESA)도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섬의 천문대에서 같은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ESA는 2년 뒤 현장 조사를 위해 탐사선 헤라(Hera)를 발사한다. 헤라는 2026~2027년 디모르포스 주변에 도착해 소행성의 궤도와 질량 변화를 조사할 예정이다. 우주선으로 현장 감식에 나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