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 강원도 정선에서 문을 연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의 '예미랩'은 국내 과학실험실 가운데 가장 깊은 지하 1000m에 자리하고 있다는 기록과 함께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기지국 가운데 지하 가장 깊숙한 위치에 기지국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예미랩을 찾았을 때 지하 1000m에서도 통화를 주고받고 문자메시지도 보낼 수 있었다. 데이터 통신도 가능해서 카카오톡도 주고받았다. 오히려 유선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현재 이곳에선 KT 가입자만 서비스 사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스마트폰은 '먹통'이 된다. 예미랩을 방문한 일행 중 일부는 통신 서비스가 끊어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현장 건설 책임을 맡은 박강순 IBS 책임기술원은 "대전 유성에 있는 IBS 본원의 통신시설을 구축한 KT에 예미랩 무선통신 회선 설비 구축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 방문에서 KT가입자의 스마트폰 화면 상단에는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안테나 표시와 5세대(5G)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5G' 표시가 함께 떴다. KT 측에 문의한 결과 "예비랩에는 공식적으로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중계기만 설치했다"고 했다.
당시 설비 구축에 참여한 KT 관계자는 "IBS의 요청에 따라 주변 통신 인프라 현황을 분석한 뒤 3개월 동안 지하 실험시설에 통신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며 "현재까지는 통신 3사 중 KT만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하 1000m에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지상에 있는 KT 전신주에서 예미랩으로 향하는 이동 수단인 케이지(광산용 엘리베이터)까지 872m 구간에 광케이블을 깔았다. 승강기 탑승장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구간은 IBS가 보유한 망을 활용했다.
두 구간에 기간망이 구축되자 지하 1000m에서 무선 통신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작업이 시작됐다. KT는 지하터널 구간 1.7㎞에 걸쳐 광케이블을 추가로 설치했다. 이렇게 설치된 전체 광케이블 길이만 2.6㎞에 이른다. 그리고 지하철, 옥외에서 무선 환경을 개선하는 데 활용되는 통합중계기를 설치했다.
공사 관계자들은 어두운 지하 깊숙한 곳에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설비 구축에 투입된 인력들의 피로도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KT는 구체적인 투자 비용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일반 무선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고 했다.
예미랩은 컴퓨터와 TV를 연결하는 유선 설비 구축을 위한 작업을 앞두고 있다. IBS와 KT는 관련 논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르면 내년 초 인터넷 등 유선 서비스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KT관계자는 "지하 통신 설비 구축에는 특별한 기술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명의 네트워크 전문가 노력으로 지하 1000m에 통신 환경을 구축했다"며 "향후 혹독한 환경에서 통신 설비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BS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사용하는 연구자들도 지상에서와 똑같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현재 두 회사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KT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별도 광케이블과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중계기 등 장비는 회사별로 설치해야 하지만, 광케이블은 현재 설치된 KT 회선을 임대해 쓰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지역명과 영어로 연구실을 뜻하는 랩을 합쳐 이름 붙인 예미랩은 IBS가 강원도 정선군, 한덕철광과 협약을 맺고 지하 1000m에 지은 암흑물질 연구 시설이다. IBS가 지난 2013년 연구단을 꾸린 이후 9년 만에 구축한 국내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연구 시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