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한화그룹에 돌아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고 누리호 기술이전을 위한 체계종합기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화는 누리호 4~5호 제작을 총괄하며, 향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도 커졌다.
과기정통부가 이날 결정한 체계종합기업은 2027년까지 6873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을 주도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스페이스X에 로켓 기술을 이전해 우주정거장을 오가는 팰컨9 로켓을 개발한 사례를 우리나라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도이다. 누리호 기술로 한국형 스페이스X를 만들어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이른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동참하자는 것이다.
지난 6월 첫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는 1.5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한 3단 발사체다. 항우연 주도로 2010년 3월부터 1조9572억원을 들여 독자 개발했다. 누리호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실용 인공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이번에 최종 심사에 오른 업체는 방산·항공우주산업의 쌍두마차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 총제작을 맡아 터보펌프 같은 핵심 구성품을 개발했다. 누리호의 산화제·연료 펌프, 페어링, 추력기 시스템도 제작했다. 영국의 위성 인터넷 업체인 원웹에 투자해 이사회에 들어간 데서 알 수 있듯 최근 우주산업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KAI는 약 300여 민간기업이 참여한 누리호 개발과정에서 부품 조립 총괄, 체계 총조립을 맡았다. 이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차세대 중형위성 시리즈도 개발한 바 있다.
두 업체는 지난 7월 시작된 공모에 참여, 지난달까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기술능력평가를 받았다. 발사체를 전공한 대학교수들은 대부분 두 회사와 일한 경험이 있어 항우연 측에서 4명이 기술심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사업수행계획, 산업화 지원, 발전전략 등도 평가를 받았다.
여기까지가 점수 9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입찰가격평가이다. 기술능력평가와 입찰가격평가 합산점수의 고득점순에 의해 협상 순서가 결정됐다. 발사체를 전공한 한 대학 교수는 “기술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아무래도 기술을 가진 항우연과 호흡을 잘 맞출 업체가 선정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우선협상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한화는 2027년까지 누리호를 4번 더 발사한다. 먼저 다음 달 항우연과 누리호 기술이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에 참여한다. 3호기는 이미 1·2·3 단별 제작이 완료돼 총조립을 진행한다. 이후 2024년과 2026년, 2027년 발사예정인 누리호 4호기와 5호기, 6호기는 기체 제작부터 총조립까지 모두 맡는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화가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 대표적인 한국 우주기업으로 성장해 달라는 의미”라며 “기업의 투자 의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앞으로 앞으로도 계속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화는 앞으로 새로운 발사체 개발과 제작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달탐사선 발사가 가능한 누리호 후속 발사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에만 위성을 올릴 수 있다.
이번 고도화 사업 업체가 누리호 후속 발사체 개발에 자동 참여힌다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누리호 기술을 가진 업체가 다음 발사체 개발에서 유리한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허환일 교수는 “2조원 가까이 투자될 누리호 후속 발사체 개발도 기업이 항우연과 처음부터 공동개발해야 하는 만큼, 누리호 기술이전을 받은 업체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