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은 캐럴린 버토지(Carolyn R. Bertozzi)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모르텐 멜달(Morten P. Meldal)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칼 배리 샤플리스(Karl Barry Sharpless)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에게 돌아갔다.(왼쪽부터) /미국 스탠퍼드대/덴마크 과학한림원/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올해 노벨 화학상은 쉽고 빠른 분자 합성 방식으로 화학의 기능주의 시대를 개척한 미국과 덴마크 화학자 세 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클릭 화학'과 '생물직교 화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캐럴린 버토지(Carolyn R. Bertozzi·56)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칼 배리 샤플리스(Karl Barry Sharpless·81)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 모르텐 멜달(Morten P. Meldal·68)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클릭 화학은 말 그대로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처럼 여러 성분을 쉽게 연결하는 분자 조립 기술을 의미한다. 더 복잡한 분자를 인위적으로 합성하는 대신 물질의 작은 분자를 빠르게 결합하는 반응을 연구하는 분야다. 생체 직교 화학은 생리학적 환경에서 살아있는 유기체나 세포 분자를 손상시키지 않고 투입한 물질만 반응시켜 변형하는 기술이다.

2022년 노벨상 수상자들은 단순한 물질을 마치 버클 채우듯 쉽게 연결해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클릭 화학을 개발했다./노벨 위원회

위원회는 "올해의 화학상 수상자들은 화학이 지나치게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쉽고 간단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기능성 분자가 매우 간단한 경로를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 사람의 수상을 이끈 아이디어는 샤플리스 교수에게서 나왔다. 샤플리스는 교수는 인생의 황혼인 60대에 접어들던 2000년 클릭 화학의 개념을 처음 만들어 공을 굴리기 시작했다. 반응이 빠르고 원치 않는 부산물을 피하는 단순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화학의 한 형태인 클릭 화학의 개념을 만든 것이다.

샤플리스 교수는 구리(Cu)를 촉매로 쓰면서 아자이드(Azide) 분자와 알카인(Alkyne) 분자를 반응시켜 트리아졸을 만드는 방법(CuAAC)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반응처럼 쉽고 간편하게 화합물을 얻는 기술을 '클릭 화학'이라고 제시했다.

멜달 교수는 공교롭게 샤플리스 교수와 비슷한 시기 같은 방법을 선보였다. 이 방법은 현재 널리 사용되는 '우아하고 효율적인 화학 반응'으로 불리고 있다. 이 기술은 현재 의약품 개발, DNA 매핑 및 목적에 더 적합한 물질 생성에 활용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클릭은 레고 끼우듯이 한다는 의성어"라며 "분자의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이 레고 블록 들어간 것처럼 맞아 들어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처럼 간단한 과정으로 분자가 결합한다는 것이다.

버토지 교수는 생물직교라는 말을 처음 쓰며 클릭 화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생물직교는 생리학적 환경에서 외부에서 투입된 물질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을 뜻한다. DNA 합성이나 RNA 백신 기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약물 표적을 식별하거나 세포에 형광 물질을 붙이는 데 활용되며 다양한 연구에 쓰이고 있다. 버토지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세포를 덮은 당 분자가 단백질을 만들고 백혈구를 안내하며 세포신호를 돕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연구는 DNA 합성, RNA(리보핵산) 백신 기술 등을 발전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하며 화학을 기능주의 시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반응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세포를 탐색하고 생물학적 과정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생물 직교 반응을 사용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현재 임상 시험에서 테스트 중인 암 치료제 표적화를 개선했다.

샤플리스 교수는 이번이 21년만에 두 번째 수상이다. 그는 2001년 전이금속을 이용해 인체에 유용한 한 가지 광학이성질체만 합성할 수 있는 산화 반응을 개발해 당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노벨상을 받을 즈음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2의 연구인생을 시작한 것이 20여년만에 빛을 본 셈이다. 샤플리스 교수는 194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나 1968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대 노벨상을 두 차례 수상한 인물은 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와 1958년과 198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프레더릭 생어, 1956년과 1972년 물리학상을 받은 받은 존 바딘, 1954년 화학상과 1962년 평화상을 받은 라이너스 폴링이 있다. 이로서 역대 노벨상을 두 차례 받은 과학자는 5명으로 늘었다.

샤플리스 교수는 첫 노벨상을 수상한 2001년 이후 한국에 수십차례 방문한 친한국 과학자다. 이덕환 교수는 "한국 학생들을 좋아하는 유기화학자"라고 평가했다. 이동환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김병문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샤플리스의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 당시 일부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멜달 교수는 1954년 덴마크에서 태어나 1986년 덴마크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버토지 교수는 1966년 미국에서 태어나 1993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버토지 교수는 24번째로 노벨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로 기록됐다. 화학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로는 8번째이다.

인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은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상금 1000만크로나(약 13억5000만원)는 수상자 세 명이 나눠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