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이 먼 우주에 있는 소행성(小行星)과 충돌하는 순간 표면에서 먼지가 발생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이탈리아 우주국(ASI)은 28일 “무인(無人) 우주선 다트(DART)를 뒤따르던 초소형 위성 리차큐브(LICIACube)가 충돌 직후 소행성에서 먼지가 분출되는 모습을 촬영했다”라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구를 위협하는 천체를 우주선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7일 오전 8시 14분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다트를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시켰다.
다트가 충돌한 디모르포스는 지름 약 160m이다. 길이 780m인 소행성 디디모스의 주위를 11시간 55분 주기로 돌고 있다. 두 소행성은 약 1km 떨어져 돌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연구소의 엘리자베타 도토 박사는 이날 트위터에 “사진에서 중심인 소행성 디디모스가 보이고, 그 위쪽에 디모르포스 소행성이 충돌로 인해 생성된 파편으로 완전히 덮인 것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발사된 다트는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이란 의미의 영문 약자다. 이름 그대로 소행성 두 개가 있는 곳으로 가서 궤도를 수정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나사는 이 프로젝트에 3억3000만 달러(4700억원)를 투입했다.
두 소행성은 실제로는 지구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나사는 미래 다른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할 때 우주선을 먼저 충돌시켜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
다트는 충돌 직전까지 자체 카메라로 디모르포스를 근접 촬영했다. 나사는 이를 근거로 충돌이 성공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날 리차큐브가 목격한 충돌 직후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실험 성공이 확증됐다.
리차큐브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 20㎝, 30㎝ 크기에 무게는 14㎏이다. ‘소행성 촬영을 위한 이탈리아 경량 큐브샛(Light Italian CubeSat for Imaging of Asteroids)’이란 뜻의 영문 약자이다. 지난해 11월 다트에 탑재돼 함께 발사됐다.
다트는 지난 11일 스프링으로 리차큐브를 우주로 방출했다. 리차큐브는 그동안 다트를 뒤따르며 비행하다가 충돌 3분 뒤 디모르포스와 56㎞ 떨어져 지나가면서 다트 우주선과 소행성의 상태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리차큐브가 보내온 첫 영상을 보면 디모르포스 소행성의 표면에서 엄청난 먼지가 분출됐다. 아직 과학자들이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소행성 내부가 어떤 형태인지, 이번 충돌로 얼마나 파괴됐는지 알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충돌 실험 후 지구에서도 디모르포스 위성이 디디모스 소행성 앞을 지나가면서 빛을 가리는 것을 보고 궤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국제 공동 관측단에 참가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7일 이스라엘 미츠페라몬 WISE 천문대에 설치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네트워크 0.5m 망원경’으로 다트가 소행성과 충돌한 뒤 먼지가 발생하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유럽우주국(ESA)도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섬의 천문대에서 같은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아래 동영상). ESA는 2년 뒤 현장 조사를 위해 탐사선 헤라(Hera)를 발사한다. 헤라는 2026~2027년 디모르포스 주변에 도착해 소행성의 궤도와 질량 변화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