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인류가 사상 최초로 우주 충돌 실험을 진행한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지난해 발사한 무인(無人) 우주선이 먼 우주에 있는 소행성(小行星)과 충돌하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7일 오전 8시 14분(이하 한국 시각)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우주선 ‘다트(DART)’를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시킨다. 다트의 충돌 속도는 초속 6.6㎞로, 시속으로 따지면 약 2만4000㎞, 마하 19를 넘는다.
나사 TV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다트 충돌 실험을 생중계한다(https://www.youtube.com/watch?v=21X5lGlDOfg). 다트 우주선이 소행성이 근접하면서 찍은 사진까지 보려면 6시30분부터 시작하는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nA9UZF-SZoQ)을 보면 된다. 충돌 후 오전 9시 다트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존스 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의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언론 브리핑이 열린다.
◇충돌 1시간 전에야 목표 식별 가능
3억3000만 달러(한화 약 4700억원)가 개발비로 투입된 다트는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이란 의미의 영문 약자다. 이름 그대로 소행성 두 개가 있는 곳으로 가서 궤도를 수정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후 그동안 태양전지판으로 만든 전기로 이온을 분사해 비행했다.
다트가 목표로 삼은 소행성은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로, 혜성(彗星)과 달리 휘발성 꼬리가 없다. 다트가 충돌할 디모르포스는 길이가 163m이다. 그 보다 더 큰 780m 소행성 디디모스의 주위를 11시간 55분 주기로 돌고 있다. 두 소행성은 약 1km 떨어져 있다.
다트는 충돌 약 24시간 전에 디모르포스의 위치를 2㎞ 이내로 확인할 수 있다. 충돌 4시간 전부터는 다트가 오로지 자체 항법 시스템으로 비행했다. 다트가 탑재 카메라로 디모르포스와 디디모스를 서로 다른 점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불과 충돌 1시간 전이다. 그전까지 다트에게 두 소행성은 한 점으로만 보인다. 충돌 직전에 목표물이 보이는 셈이다.
◇소행성 궤도가 10분 정도 단축될 듯
다트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존스 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의 낸시 채봇 박사는 “이번 임무는 달리는 골프 카트를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에 충돌시키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것도 마하 19가 넘는 속도로 말이다.
다트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와 정면 충돌하면 공전 궤도가 이전보다 안쪽으로 작아지면서 공전 시간이 10~15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트 위성이 충돌해도 디디모스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나사는 밝혔다.
과거에도 수명이 끝난 우주선이 행성에 충돌한 적이 있지만, 처음부터 충돌을 목적으로 발사된 우주선은 다트가 처음이다. 성공하면 앞으로 영화처럼 우주선으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문홍규 박사는 “다트는 인류 최초로 시도하는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이라며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미래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핵폭탄으로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파괴했다. 나사는 실제로는 그보다 우주선으로 소행성을 밀어 궤도를 바꾸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이탈리아 큐브샛이 충돌 현장 확인
다트가 디모르포스 소행성과 충돌하면 탑재 카메라는 먹통이 된다. 그 뒤는 다트와 함께 이탈리아 우주국의 큐브샛인 ‘리차큐브(LICIACube)’가 중계한다. 리차큐브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 20㎝, 30㎝ 크기에 무게는 14㎏이다. 다트는 지난 11일 동체에 들어있는 리차큐브를 스프링으로 밀어 방출했다.
리차큐브는 다트 뒤에서 비행하다가 충돌 3분 뒤 디모르포스를 지나갈 예정이다. 이때 다트 우주선과 소행성의 상태를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다. 리차큐브가 찍은 사진은 충돌 실험 이후 24시간 이내 확인할 수 있다고 이탈리아 우주국은 밝혔다.
다트는 디모르포스 소행성에 눈에 띄는 충돌구를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소행성이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으면 충격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사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탐사한 소행성 베누도 예상과 달리 표면이 자갈들이 성기게 모여 있는 형태였다.
충돌 실험 후 지구에서도 디모르포스 위성이 디디모스 소행성 앞을 지나가면서 빛을 가리는 것을 보고 궤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국제 공동 관측단에 참가한다. 지상 관측 결과는 다음 달 1~2일 나올 전망이다. 2년 뒤에는 유럽우주국(ESA)이 현장 조사를 위해 탐사선 ‘헤라’를 발사한다. 헤라는 2026년 이후 디모르포스 주변에 도착해 소행성의 궤도와 질량 변화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