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맨 끝에 있는 해왕성의 고리를 30여년 만에 다시 확인했다. 해왕성을 돌고 있는 위성 여덟 개도 모습을 드러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2일(한국 시각)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처음으로 해왕성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해왕성 둘레에 있는 우주 먼지인 고리들과 함께 대기의 다양한 모습도 드러났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올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고리 두 개 33년 만에 다시 확인
해왕성은 태양계 8개 행성 중 태양에서 가장 멀리 있는 행성이다. 태양계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8개의 행성이 공인된 상태다. 2006년 명왕성은 행성 아래 단계인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됐다.
제임스 웹이 지난 7월 12일 찍은 영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토성과 비슷한 고리이다. 제임스 웹은 고리 4개를 확인했는데, 그중 2개는 나사의 보이저2호가 1989년 촬영한 이후 33년 만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나사의 하이디 햄멜 박사는 이날 “이처럼 희미한 먼저 고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30년도 더 지났다”라며 “적외선으로 해왕성의 고리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31년 동안 작동한 허블 우주 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은 적외선까지 포착할 수 있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바람과 폭풍 부르는 대기 순환
해왕성은 1846년 처음 발견됐다. 지구와 태양 거리보다 30배 먼 곳에서 있어 햇빛을 거의 받지 못한다. 정오에 해왕성에 있으면 지구의 해질녘과 비슷하다고 나사는 설명했다. 해왕성은 164년에 한 번 태양을 공전한다.
지금까지 가시광선 카메라로 본 해왕성은 파란색으로 보였다. 메탄가스가 기사광선의 파란색 파장을 반사하고 붉은색이나 적외선처럼 파장이 긴 빛을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임스 웹은 근적외선으로 해왕성을 찍어 유백색을 띠고 있다. 다른 곳보다 밝게 보이는 부분은 고고도의 메탄 얼음 구름층으로, 메탄가스에 앞서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면 해왕성의 적도에 밝고 가는 선이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해왕성의 대기가 순환해 바람과 폭풍을 유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는 적도에서 온도가 더 높아 주변에 있는 차가운 가스보다 더 밝게 빛난다. 이와 함께 해왕성의 남극 뿐 아니라 북극에 가까운 곳에서도 밝은 소용돌이가 처음 발견됐다.
◇거꾸로 도는 괴짜 위성도 관찰
제임스 웹은 해왕성의 위성 14개 중 7개도 포착했다. 해왕성의 왼쪽 위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갈라테아, 나이아드, 탈라사, 라리사, 프로테우스, 데스피나가 보인다. 영상 왼쪽 위에서 해왕성보다 밝게 빛나는 천체는 별이 아니라 위성인 트리톤이다. 트리톤은 두터운 질소 얼음층이 햇빛의 70%를 반사해 밝게 보인다.
특이하게 트리톤은 공전궤도가 해왕성의 자전과 반대 방향이다. 이와 함께 행성을 이루는 성분도 명왕성과 비슷하다. 과학자들은 트리톤이 어미 행성 근처 궤도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나중에 해왕성의 중력에 의해 붙잡혔다고 본다.
해왕성 너머에는 50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던 당시에 행성으로 커지지 못한 작은 천체와 얼음 알갱이들이 구름처럼 퍼져 있다. 바로 ‘카이퍼 벨트(Kuiper belt)’이다. 트리톤은 카이퍼 벨트로부터 붙잡혀 온 것으로 생각된다. 제임스 웹은 해왕성 관측을 통해 태양계 형성 과정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