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두점박이 문어가 새우를 붙잡고 있는 모습./미 미네소타대

문어는 여덟 개 다리 중 좌우로 두 번째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먹잇감에 따라 다리를 움직이는 전략도 달랐다. 문어의 사냥 기술은 앞으로 수중 작업 로봇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트레버 워딜 교수 연구진은 “문어가 먹잇감의 형태와 동작에 따라 다리 움직임을 다르게 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라고 21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밝혔다.

두 번째 다리가 사냥 이끌어

문어는 여덟 개 다리를 이용해 물속을 헤엄치고 먹잇감을 낚아 챈다. 수조의 잠금 장치도 풀 정도로 다리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우리는 문어 다리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팔처럼 쓰는 셈이다. 영어로도 팔(arm)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평소 문어가 움직이는 모양은 서툴기 짝이 없다. 다리를 아무렇게나 꿈틀거리다가 먹잇감을 와락 덮치는 식이다. 워딜 교수 연구진은 문어의 움직임이 정말 불규칙한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몬어는 사냥할 때 눈에서 좌우로 두 번째에 있는 다리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Current Biology

먼저 수조에서 캘리포니아 두점박이 문어를 키웠다. 이 문어는 수명이 2년 정도이고 다 자라면 테니스공 크기가 된다. 연구진은 문어 다리를 펼쳐 놓고 눈에 가까운 쪽부터 좌우로 1번에서 4번까지 번호를 매겼다. 이후 게와 새우를 집어넣고 어떤 반응을 하는지 고속 촬영 카메라로 관찰했다.

관찰 결과, 문어는 사냥할 때 먹잇감이 보이는 쪽의 다리를 사용했다. 오른쪽에 게가 있으면 오른쪽에 있는 다리 네 개를 쓴다는 말이다. 이때 먹잇감이 무엇이든 가운데에서 두 번째 다리를 가장 먼저 사용했다.

먹잇감에 따라 사냥법도 달랐다. 느리게 움직이는 게는 마치 고양이처럼 순간적으로 덮쳤다. 그물을 던지는 것과 비슷했다. 이때도 두 번째 다리가 공격을 이끌었다. 게를 쫓아가 여러 다리를 뻗어 그 사이에 게가 잡히도록 하는 방법도 썼다.

새우는 게와 달리 위협을 느끼면 꼬리를 튕겨 순식간에 달아날 수 있다. 문어는 두 번째 다리를 새우 앞에서 천천히 흔들었다. 다리가 새우 몸에 닿으면 주변 첫째, 셋째 다리와 함께 붙잡았다. 연구진은 문어가 처음에 다리를 흔드는 것은 새우에게 물에 흔들리는 수초로 위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리 두 개를 펼쳐두고 있다가 먹잇감이 오면 덫처럼 순식간에 감싸는 방법도 사용했다.

문어의 사냥 모습. 게는 다리를 그물처럼 던져 잡고, 움직임이 재빠른 새우는 두 번째 다리를 수초처럼 흔들어 접근한 뒤 다른 다리로 붙잡는다./미 미네소타대

문어 모방한 심해 탐사 로봇 가능

워딜 교수는 “문어는 어떤 형태의 물건도 붙잡고 문도 쉽게 열 정도로 움직임이 자유롭다”라며 “문어를 배우면 수중 장치나 소프트 로봇을 만드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어를 모방한 로봇은 특히 심해 탐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문어는 앞서 다양한 실험에서 상당한 지능을 보였다. 어느 동물학자가 줄을 당겨야만 작은 유리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살아있는 먹이가 나오는 장치를 문어 우리에 설치했다. 문어는 시행착오를 거쳐 나중에 자연스럽게 줄을 당겨 유리문을 열고 먹이를 먹었다.

미로(迷路) 실험에서도 생쥐 못지않은 탈출 솜씨를 보였다. 2009년에는 문어가 바다에 버려진 코코넛 껍데기 두 개를 짝을 맞춰 공처럼 만들고서 그 안에 몸을 숨겼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도구를 사용하는 최초의 무척추동물이 된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문어가 다리를 움직일 때 신경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문어의 뇌가 다리를 여러 개 묶어 함께 움직이는지, 아니면 특정 순서대로 움직이는지 밝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