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 상상도. /조선DB

지난 2013년 2월 러시아 우랄산맥과 가까운 도시인 첼랴빈스크 하늘에서 거대한 빛이 번쩍였다. 지름이 17∼20m 정도 되는 소행성이 공중에서 터진 것이다.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는 시속 1200㎞ 속도로 지상을 향해 돌진, 약 2분 뒤 건물 창문을 모조리 부수고 공장을 무너뜨렸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시민 1500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소행성 79만개 중 2084개는 지구를 위협할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 지름 100m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도시 하나가 쑥대밭이 되고, 지름 1㎞짜리가 충돌하면 지구가 멸망한다. 소행성 충돌이 인류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뜻이다.

이에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막는 방법을 찾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와 속도를 바꾸는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 실험(DART)’을 오는 27일 오전 8시 14분(한국 시각) 진행한다. 지구로 오는 소행성이 지구를 빗겨나가게 하려면 어느 정도로 무거운 우주선을 시속 몇㎞로 충돌시켜야 할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소행성 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2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산하 켁(Keck) 우주연구소는 ‘소행성 회수 임무(Asteroid Retrieval Mission)’라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2014년 NASA는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Asteroid Redirect Mission)’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하기 시작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계획하고 있었던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 관련 자료. 왼쪽은 포획망을 이용해 소행성을 가둬 궤도를 옮기는 방법. 오른쪽은 로봇팔을 사용해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방법.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소행성 궤도 변경 임무는 우주 상에서 소행성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포획한 뒤, 지구와 부딪칠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궤도로 옮겨놓는 게 목표다. 당시 나온 소행성 포획법 중 대표적인 건 우주선에 장착한 원통형 포획망에 소행성을 통째로 가둔 뒤, 다른 장소에 풀어놔 궤도를 바꾸는 것이었다. 지름이 10m 이하인 작은 소행성에 쓰기 위해 개발이 진행됐다.

지름이 100~500m에 달하는 거대 소행성에는 로봇 팔이 달린 우주선을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로봇 팔이 소행성을 이루는 바위를 일부 떼어내 소행성 주변에 공전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소행성 본체와 떨어져나온 암석 사이에 생긴 중력 탓에 소행성이 기존 궤도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7년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서 폐기처분됐다. 트럼프 정부가 지구와 가까운 소행성에 관한 문제보다는 장거리 우주 탐사를 위한 기술 개발에 무게를 둔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소행성 포획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행성 중에서도 지구와 가까이 있는 ‘근지구소행성’에는 백금, 희토류와 같은 희귀광물이 많이 매장돼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우주 및 소행성 포획·채광 기술을 미리 갈고닦은 국가가 향후 우주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질 시대에 앞서갈 거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