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룩업'에서 천문학 교수(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 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대학원생(제니퍼 로렌스, 맨 오른쪽)은 토크쇼에 나와 지구로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지만 연예인 가십 뉴스에 묻힌다./Netflix

오는 27일 다트(DART)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번 충돌 실험으로 지구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이 다가오면 우주선으로 부딪혀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다트 충돌을 계기로 과거 과학(SF) 영화에서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를 위협할 때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 다시 관심이 주목된다. 영화의 상상력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핵무기로 혜성 충돌 막아, 돈 룩 업

가장 최근에 지구와 천체의 충돌을 다룬 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돈 룩 업(Don’t Look Up)’이다. 영화는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혜성(彗星)이 지구로 돌진하는 상황을 그렸다. 혜성은 소행성(小行星)과 마찬가지로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이지만, 꼬리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영화에서 과학자들은 핵무기로 혜성을 폭파하면 지구 충돌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핵무기를 실은 우주선들이 발사 도중 서로 부딪히고 추락하면서 이런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영화는 그 후 사람들이 지구 종말을 대하는 모습을 풍자했다.

과학자들은 영화의 상상력이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 산타 바버라 캘리포니아대의 필립 루빈 교수는 지난 1월 25일(현지 시각)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지구와 충돌하기까지 몇 년이 남았다면 근접 천체의 궤도를 바꾸겠지만 그 정도 크기 소행성이나 혜성을 단 6개월 안에 멈춰야 한다면 핵무기로 분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1998년 작 영화 아마겟돈에서 민간 시추 전문가들이 소행성에 핵무기를 장착하는 모습./월트 디즈니

루빈 교수는 일단 혜성을 파괴하는 데 필요한 파괴력은 현재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10%도 안 된다고 계산했다. 핵무기를 옮길 수단은 나사가 2025년 우주인의 달 착륙에 대비해 개발한 발사체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과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달 착륙선 ‘스타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둘 다 올해 시험 발사가 예정돼 있다.

로켓 발사는 혜성이나 소행성 충돌 5개월 전에는 이뤄져야 한다. 핵무기를 실은 관통기는 지구 충돌 한 달 전에 혜성이나 소행성의 가장자리에서 터져 폭발력이 중심으로 향해 동심원으로 퍼진다. 이러면 혜성이 작은 조각으로 흩어져 대부분 지구를 비켜갈 수 있다고 루빈 교수는 밝혔다.

같은 듯 다른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1998년 작 영화 ‘딥 임팩트(Deep Ompact)’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사는 유인 우주선을 보내 혜성에 핵폭탄을 발사했다. 핵폭발은 혜성을 부쉈다. 기쁨도 잠시, 거대한 혜성 파편들이 지구로 충돌하고 거대한 해일이 육지를 덮친다.

나사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2005년 발사한 템펠 혜성 탐사선을 딥 임팩트로 명명했다. 딥 임팩트는 100㎏ 무게의 구리 덩어리를 템펠 1에 충돌 시켰다. 과학자들은 충돌 때 뿜어져 나온 혜성의 구성 물질을 분석했다.

혜성 충돌 다룬 딥 임팩트의 포스터. 핵무기로 혜성을 폭발시켰지만 파편이 지구를 덥펴 엄청난 해일을 유발했다./파라마운트 픽처스

딥 임팩트와 같은 해 개봉한 ‘아마겟돈(Armageddon)’은 같은 듯 다른 내용을 담았다. 딥 임팩트가 혜성 충돌을 다뤘다면 아마겟돈에는 소행성이 지구로 다가온다. 우주로 핵무기를 가져가는 사람은 딥 임팩트에서 훈련 받은 정식 우주인이지만 아마겟돈은 민간 시추 전문가들이었다.

아마겟돈에서 민간 시추 전문가들은 어렵사리 핵폭탄을 소행성에 장착했다. 하지만 원격 조종 스위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누군가 남아 직접 스위치를 눌러야 했다. 팀 리더인 브루스 윌리스는 홀로 남아 스위치를 누르고 소행성을 폭발 시켰다. 그의 희생 덕분에 지구는 무사했다.

아마겟돈처럼 직접 소행성에 착륙한 우주선도 있다. 나사의 무인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는 2020년 10월 소행성 베누의 표면에 로봇 팔을 갖다 대고 자갈과 먼지를 채취했다. 오시리스-렉스는 현재 지구로 귀환 중이며, 내년 9월 24일 지구에 소행성 시료가 담긴 용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03년 하야부사 무인 탐사선으로 소행성 이토카와의 시료를 채취하고 2010년 귀환했다. 2014년에는 하야부사2가 발사됐다. 하야부사2는 2019년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토양 시료 5.4g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두 번째 채집 때는 구리로 만든 2㎏의 탄환을 투하해 14.5m 크기의 구덩이를 만들어 표면 아래의 토양을 얻었다. 하야부사2는 2020년 12월 소행성 시료가 담긴 캡슐을 호주 사막에 떨어뜨렸다.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로봇 발을 소행성 ‘베누’의 표면에 갖다 대고 토양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은 실제 임무 전 사전 연습 장면이다./N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