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고 했는데 자연에선 예쁜 게 모난 것이다. 열대 우림에 사는 새는 깃털 색이 독특하고 화려할수록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 더 멸종 위기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영국 더럼대의 레베카 시니어 교수 연구진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판매되는 명금류(鳴琴類, 노래하는 새) 중 깃털 색이 독특할수록 수요가 높아 멸종 위기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난 16일 국제 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파란색과 순백색 깃털 선호
열대 우림에 서는 조류는 전 세계 깃털 색의 91%를 차지한다. 독특한 정도로 따져도 65%나 된다. 연구진은 전 세계 조류 종의 30%가 거래되는 시장에서 특정 색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색은 하늘색에 가까운 담청색과 노란색, 주황색 등이었다. 예를 들어 남색 딱새(Eumyias indigo)는 파란색 깃털 때문에 색 특이 점수를 93점 받았다.
동시에 순백색 깃털도 인기가 높았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사는 흰뿔쇠찌르레기(Leucopsar rothschildi)가 대표적이다. 이 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적색목록 중 절멸 직전의 위급 종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특히 478종이 남색 딱새나 흰뿔쇠짜르레기처럼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깃털 색을 가져 멸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만약 지금처럼 특정 깃털 색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면 야생에서 이런 조류가 사라지고 결국 아시아 열대 우림에 갈색 깃털을 가진 새만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 번식시켜 밀렵 막아야
동남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야생 조류를 집에서 기르는 문화가 발달했다. 주로 새소리가 좋은 명금류를 키우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해마다 수천만원의 상금을 걸고 새소리 경연대회가 열릴 정도다. 이런 문화가 야생 조류의 남획을 불러왔다.
그렇다고 시장의 수요를 무조건 억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사람들이 깃털 색이 예쁜 새를 선호하는 것이 야생 조류의 밀거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조류 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교수는 “미적인 가치는 자연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어떤 사람에게 특정 종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유발하는 가치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신 연구진은 현지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야생 조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수요가 높은 새를 자연에서 조달하지 않고 사육해서 인공 번식하는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