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마틴 스위스리 코퍼레이트 솔루션즈 ART 스트럭처링 아시아·ANZ 총괄 -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기계공학 석사, 호주 남호주대(UniSA) 경영학 석사(MBA), 국제위험관리전문가협회(GARP) 공인 에너지리스크 전문가(ERP), 전 액센추어 취리히 경영컨설턴트, 전 ABB 시운전 엔지니어 /사진 스위스리

"폭염은 무너진 건물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오랫동안 보험의 눈 밖에 있었다."

2002년 스위스리 코퍼레이트 솔루션즈(이하 스위스리)에 합류해 20년 넘게 위험을 보험 상품으로 구조화해 온 앙드레 마틴(Andre Martin) 스위스리 코퍼레이트 솔루션즈 대체위험이전(ART) 스트럭처링 아시아·ANZ(호주·뉴질랜드) 총괄은 전통 보험이 다루지 못하는 리스크를 전담하고 있다. 스위스리는 기후·자연재해 리스크를 기반으로 한 지수형 보험 시장을 선도해 온 글로벌 재보험사로, 총재보험료 기준 세계 1위다. 그는 스위스 ABB 시운전 엔지니어로 출발해 액센추어 컨설턴트를 거쳐 보험업에 들어왔고, 2018년부터 스위스리 ART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가 총괄하는 상품은 기온 같은 '지수'가 미리 정한 선을 넘으면 자동으로 돈이 나가는 파라메트릭(지수형) 보험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파라메트릭 보험이라는 용어가 생소한데.

"전통 보험은 실손 보상 방식이다. 손상된 물리적 자산의 수리·교체 비용을 보상한다. 반면 파라메트릭 보험은 사전에 합의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분석해 보장한다. 근본 원리는 지진 규모나 풍속 같은 촉발 지수 '측정'이다. 측정값이 기준치를 넘으면 계약이 발동되고, 보험금은 사전에 정한 지급 공식에 따라 결정된다. 실제 재무적 손실의 대리 지표인 셈이다. 측정값에만 의존하므로 긴 손해 사정 없이 빠르고 투명하게 유동성을 공급한다. 다만 전통 보험을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손상이 없는 재무적 손실이나 공급망 교란처럼 보장이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는 역할이다."

폭염에 별도의 보험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하다.

"폭염은 대개 직접적인 물리적 손실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통 실손 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폭염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건설을 늦추며 물류를 교란한다. 전력·수도에 부담을 주고 농업 수확량을 떨어뜨리고 야외 행사에 영향을 미치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스위스리 인스티튜트(SRI)는 폭염을 건강·도시·물류·에너지·물·농업·노동 조건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 리스크'로 규정했다. 경제적 비용 상당 부분이 노동시간 손실, 생산성 저하, 초과 사망, 의료 부담처럼 간접적이거나 시차를 두고 나타나 표준 재물 보험으로는 다루기 어렵다. 반면 기온 기준치는 투명하고 관측 가능하며, 노동자 소득 지원이나 기업 유동성 같은 자금 수요와 연결된다."

폭염 등 자연재해 보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폭염 담보는 농업, 날씨지수, 재생에너지, 기후 회복력 솔루션 등 여러 범주에 걸쳐 있어 '폭염 보험'을 독립 상품으로 계량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업·정부·지역사회가 더 잦고 더 심한 이상기후에 직면하면서 극한 기상 리스크 솔루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SRI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자연재해 보험 손실은 1070억달러(약 156조2200억원), 경제적 손실은 2200억달러(약 321조2000억원)였다. 1120억달러(약 163조5200억원), 51%가 보장되지 않은 격차로 남는다. 보험 손실은 장기 실질 기준으로 연평균 5~7%씩 늘어왔다. 아시아는 격차가 더 크다. 2025년 경제적 손실 649억달러(약 94조7540억원) 가운데 보험이 감당한 것은 52억달러(약 7조5920억원), 8%에 그쳤다."

실제로 보험금이 나간 사례가 있나.

"우리가 필리핀의 한 전력 회사에 제공한 파라메트릭 태풍 담보가 있다. 2021년 12월 태풍 라이(Rai)가 세부에 심각한 피해를 냈고 현지 배전 인프라도 타격을 입었다. 계약은 특정 구역의 사전 합의된 풍속 기준치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 확정 풍속 데이터가 조건을 충족하자, 데이터 공표 12일 만에 보험금이 지급됐다. 손해 사정 절차에 발이 묶이지 않고 전력망과 필수 서비스 복구에 집중할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폭염으로 인해 멈춰 선 공사와 늦어진 배송에 대해 손실액은 어떻게 산정하나.

"출발점은 날씨가 아니라 피보험자의 재무적 익스포저(위험 노출)다. 건설 현장이라면 공기 지연 비용, 추가 인건비, 지체 상금, 장비 대기 비용, 공정 지연에 따른 매출 영향을 계량화한다. 물류라면 배송 지연, 생산성 저하, 냉방비 증가, 계약상 위약금이다. 단순화하면 이렇다. 먼저 폭염에 노출된 사업 활동을 식별한다. 다음으로 과거 기상 데이터와 사업 데이터를 분석해 재무 손실과 상관관계가 높은 지수를 설계하고 보정한다. 일 최고기온일 수도, 일정 기간의 평균기온일 수도, 여러 지역에 걸친 기온일 수도 있다. 그다음 과거 사례와 시나리오 분석으로 기준치와 지급 구간, 한도, 보장 기간을 합의한다. 계약이 개시된 뒤 지수가 기준치를 넘으면 사전에 정한 공식대로 보험금이 산출된다. 관건은 선택한 지수와 재무적 영향 사이의 긴밀한 상관관계다."

앞으로 더 더워질수록 보험료도 오르는 것 아닌가.

"보험료는 기저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 폭염이 더 잦고 길고 심해지는데 익스포저까지 늘면 위험을 이전하는 비용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답이 보험료 인상은 아니다. 위험 감축과 적응이 필수적이다. 더 나은 도시계획, 폭염에 견디는 인프라, 노동자 보호 프로토콜, 조기 경보 시스템, 사업 연속성 계획이 폭염의 재무적 충격을 줄인다. 시스템적 익스포저에는 민관 협력도 필요하다."

야외 노동자 임금을 보전하는 데도 쓰인다고 들었다.

"노동자 대상 폭염 보험은 회복력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사례다. 합의된 기준치에 도달하면 보험금 지급이 이뤄져, 일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잃어버린 소득을 보전하도록 돕는다. 유급휴가나 안전망이 없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 자영업자, 야외 노동자에게 특히 의미가 크다."

폭염은 그간 시장에서 왜 그토록 오래 방치됐다고 보나.

"직접적인 물리적 손상을 대개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폭염의 영향은 홍수·태풍·지진 피해보다 덜 보인다. 무너진 건물을 남기지 않는 대신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사망과 질병을 늘리며 교통과 에너지 시스템을 교란한다. 농업에 피해를 주고 산불 위험을 높이며 물리적 손상 없는 사업 중단을 부른다. SRI는 폭염을 여러 시스템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만성적·시스템적 위험으로 규정했다. 폭염이 사업 연속성과 인프라의 문제가 됐기 때문에 보험 업계가 주목하는 것이다."

10년 뒤에는 일기예보와 보험을 함께 확인하게 될까.

"극한 기상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면 보험은 기업의 경영 의사 결정과 훨씬 긴밀하게 통합될 수 있다. 기업은 날씨·기후 데이터를 보험 구매뿐 아니라 운영 계획, 노동자 보호, 공급망 관리, 투자 결정에 쓰게 될 것이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보장을 관측 가능한 사건과 직접 연계하고 더 빠른 유동성을 제공하기에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미래에는 더 나은 데이터와 더 명확한 민관 협력이 함께 필요할 것이다."

Plus Point

전통 시장에 온 '파라메트릭 날씨 보험'

한국에도 폭염·폭우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라메트릭 날씨 보험이 있다. KB손해보험이 2025년 10월 출시한 'KB 전통 시장 날씨피해 보상보험'은 기상청 기상관측 데이터와 전통 시장 매출 빅데이터를 결합해 내놓은 국내 최초 파라메트릭 날씨 보험이다. 강수량·최고기온·최저기온 세 지수가 기준치를 넘거나 밑돌면 손해 증빙이나 피해 확인 절차 없이 보험금이 자동 지급된다. 최고기온 지수는 33~38도, 최저기온 지수는 영하 8~13도 구간에서 계약자가 기준치를 고른다. 상인회나 지자체가 계약자가 되고 시장 내 점포 3분의 1 이상이 함께 가입해야 하는 단체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