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기후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에는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12월 3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치명적인 폭염의 10년을 방금 지나왔다. 2024년을 포함해 가장 더운 해 10개가 모두 지난 10년 안에 기록됐다”며 이렇게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작년 1월부터 9월 사이의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전 평균보다 1.54도 높다고 밝혔다. 2023년 상승폭인 1.45도를 뛰어넘는 기록으로,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단순히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고, 탄소 감축에 나서는 소극적인 대응책으로는 기후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대표적인 기술이 ‘지구공학(기후공학)’이다. 지구공학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기후시스템을 조절하거나 통제하는 과학 기술이다.
◇거대한 바다를 초대형 탄소 흡수원으로 쓴다
지구의 해양과 대기는 끊임없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배출한다. 현재 해양은 탄소 배출량의 약 4분의 1, 육지는 30%를 흡수하며 나머지는 대기에 남아 지구를 따뜻하게 한다. 해양기술 스타트업 ‘캡투라(Captura)’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을 탄소 흡수원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캡투라의 기술은 전기화학적 방식으로 바닷물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뒤 물을 다시 바다로 되돌려 자연스럽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도록 돕는다. 해양이 수백만년 동안 해왔던 탄소 흡수를 가속하는 것이다.
캡투라는 조만간 미국 하와이의 빅아일랜드에서 태평양 바닷물을 이용한 혁신적인 탄소 제거 기술을 실행할 계획이다. 이미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실험 시설을 꾸려 연간 약 100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와이에 건설 중인 새로운 시설은 로스앤젤레스 실험 시설보다 10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스타트업은 해양의 염기성을 높여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바다에 저장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캐나다 기반의 플래너터리 테크놀로지스는 바닷물에 수산화마그네슘을 첨가해 이산화탄소를 안정된 형태로 전환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의 에브 카본은 전기투석을 통해 해수에서 직접 염기성 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바닷물에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결국 다시 대기에 방출되기 마련인데, 이를 막아서 영구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식이다. 두 회사 모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적 확장에 나선다.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 차단’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을 차단하거나 다시 우주로 보내 기온이 오르는 것을 줄이는 ‘태양복사관리(SRM)’도 대표적인 지구공학 방법이다. SRM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보다 빠르게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양복사관리 방법에는 성층권에 태양 빛을 반사하는 작은 입자를 직접 주입하거나, 에어로졸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술들이 있다. 지난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 늘어난 성층권 에어로졸이 지구 평균 온도를 최대 0.5도 낮췄던 사례에서 영감받았다. 이론적으로는 단기간 내에 지구를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냉각시킬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해양 구름의 밝기를 높이는 기술이 있다. 이는 바닷물을 에어로졸 형태로 하늘에 분사해 낮은 고도의 해양 구름을 만들거나 기존 구름의 반사율을 높여준다. 이 외에도 지표면의 반사율을 높이기 위해 건물의 지분이나 옥상을 흰색으로 칠하는 방법도 있다.
작년 12월 23일 조지아 공대 공공정책대학원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관련 사망자를 줄여 연간 최대 4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태양 지구공학 기술로 인한 대기 오염이나 오존층 파괴로 발생할 사망자 수보다 13배 많은 수치로, 태양 지구공학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실제 고통을 완화할 수 있으므로 위험과 이점을 더 잘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 영향과 규제 부재…지구공학이 돌파할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해양 탄소 제거 기술이나 태양복사관리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그만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지만,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해양을 탄소 흡수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의 경우, 바닷물의 성분으로 인위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환경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과도한 염기성은 석회암 침전이나 이산화탄소의 재방출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와 규제 기관의 철저한 감독과 신중한 기술 설계가 필수다.
태양 지구공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던컨 맥라렌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학부 박사후연구원과 올라프 코리 리즈대 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사설을 통해 “태양 지구공학 분야에서 ‘연구 우선, 규제 후행’이라는 접근 방식은 문제 해결에 적합하지 않다”며 “공통된 규범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태양 지구공학분야는 기후 변화 문제를 완화할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환경적·정치적 위험은 대부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특히 기술의 방향성이나 소유권, 통제권을 관리할 규제 체계가 없거나 도입이 지연되면서 불공정하거나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현재 SRM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추가 연구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그다음 규제에 대한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구공학 실험과 상업적 활동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규제를 미룬 채 연구에 집중하는 접근법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RM 기술을 둘러싼 지리정치적 분열과 상충하는 세계관이 이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무분별한 상업화, 개발과 배치를 방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SRM 연구를 신중히 관리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비배치(non-deployment)’ 정책을 중심으로 한 공통 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401801121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r9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