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회 동물이지만 개미는 인간보다 집단 생활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퍼즐 풀기 대결에서 집단전이 벌어지면 개미는 뛰어난 조직력을 보였지만, 인간은 갈등만 늘어 성공률이 더 떨어졌다.

오퍼 파이너만(Ofer Feinerman)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개미는 인간과 달리 집단 지성을 이뤘을 때 훨씬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24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개미(위)와 인간(아래)이 T자 모양 블록을 작은 통로 2개 사이로 빼내는 퍼즐 문제를 풀고 있다. 개미는 혼자 문제를 풀 때보다 집단을 이뤘을 때 훨씬 높은 성공률을 보였으나, 인간은 오히려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성공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오퍼 파이너만(Ofer Feinerman)

개미는 인간과 같은 사회적 동물이다. 알을 낳는 여왕개미와 짝짓기만 하는 수개미, 먹이 채집과 여왕개미, 알 보살핌을 도맡는 일개미 등으로 나뉘어 철저하게 분업을 한다.

연구진은 개미와 인간의 협동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좁은 통로로 T자 모양의 블록을 빼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여럿이 모여 작은 통로 2개 사이로 블록을 통과시키려면 복잡한 사고 과정과 함께 협동 능력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개미와 인간이 같은 환경에서 블록을 얼마나 빠르게 빼내는지 실험으로 알아봤다.

먼저 개미와 인간을 각각 개인, 소규모, 대규모로 나눠 같은 문제를 풀도록 했다. 개미는 소규모 집단에서 7마리, 대규모 집단에서 80마리가 함께 퍼즐을 풀었으며, 인간은 소규모로 6~9명, 대규모로 16~26명이 함께 참여했다. 인간은 서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상황과 대화를 금지해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각 문제를 해결하게 해 의사소통이 집단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확인했다.

실험 결과 인간은 혼자서 퍼즐을 풀 때 대부분 성공했으나, 참가자가 늘면 오히려 성공률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참가자들의 의사소통을 차단했을 때는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인간은 혼자 시도하면 약 80%가 15번 이내의 시도에서 블록을 빼내는 데 성공했으나, 대규모 집단에서 의사소통이 차단되면 15번 이내에 성공한 경우는 약 40% 수준으로 성공률이 떨어졌다.

반면 개미는 전체적으로는 인간에 비해 성공률이 크게 떨어졌으나, 참여한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성공률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개미 한마리가 퍼즐을 해결할 때는 성공률이 크게 떨어졌지만, 소규모와 대규모로 참가 개미가 늘어날수록 성공률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개미와 인간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움직임 형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개미는 단체 행동에서 벽을 따라 움직이며 최적의 효율 경로를 찾고 이를 다른 동료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집단 기억’을 만들어냈다. 집단 기억은 사회 구성원이 공통적인 경험을 갖는 현상이다. 개미들은 집단 기억을 토대로 블록을 일관적으로 움직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간들은 문제 해결 초기에는 서로 의견을 묻기보다는 개인의 선택을 관철하는 ‘탐욕적 알고리즘’을 보였다. 탐욕적 알고리즘은 현재 상태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개인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집단에서는 비효율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 오히려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또 의사소통을 허용했을 때는 수 차례 실패 끝에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의사소통이 금지되면 사람들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연구진은 개미가 집단전에 강한 것은 사고 체계가 간단해 협력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너만 교수는 “개미는 페로몬(곤충이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호르몬)을 이용한 간단한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며 “단순한 사고 체계는 규모 확장에 적합하지만, 인간의 복잡한 사고 체계는 협력을 하려면 더 많은 의사소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41427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