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례적인 11월 폭설이 쏟아졌다. 서울 적설량의 공식 기록으로 삼는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적설량은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28.6㎝다. 1907년 10월 근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서울에 세 번째로 많은 눈이 쌓였다. 경기 용인 47.5㎝, 수원 43.0㎝, 군포 42.4㎝, 서울 관악구 41.2㎝, 경기 안양 40.7㎝ 등 적설량이 40㎝를 넘은 곳도 많았다.
이례적인 11월 폭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해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저기압을 기습 폭설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기상청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서쪽에서 생긴 눈구름이 수도권으로 유입되면서 강하고 많은 눈이 내렸다”며 “평년보다 높은 해수면 온도가 많은 폭설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서해에서 발달한 눈구름은 현재 해수면 온도가 섭씨 12~15도로 평년보다 약 2도 높아진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이때 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인 ‘해기차’가 약 25도에 이르러 증발량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눈구름이 강하게 발달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따뜻한 서해 위를 지나면서 대기로 열과 수증기를 공급했고, 구름이 발달해 폭설로 이어진 것이다.
이 같은 해기차 구름대는 주로 서해안에 집중해 눈을 내리게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절리저기압과 남쪽의 시베리아 고기압 때문이다. 절리저기압은 제트기류의 흐름이 구불거리다가 분리되면서 만들어진다. 북극의 찬 공기를 머금으면서 회전하는 형태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한반도 북부에 위치한 절리저기압과 중국 내륙 쪽 고압부 사이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북쪽의 찬 공기를 한반도로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바람 방향이 서풍으로 바뀌었고, 눈구름이 서풍을 타고 수도권까지 들어왔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바람이 북서풍, 즉 북풍에 가까운 서풍이 부는데, 이번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평년보다 남쪽에 중심을 두고 있어 서풍이 불었다”며 “눈구름이 서해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고, 서풍을 타고 내륙까지 들어와 수도권에 다량의 눈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눈은 습도가 높고 무거운 ‘습설(축축한 눈)’이었다. 습설은 0도에서 영하 5도 사이의 온도에서 형성된다. 물방울이 눈 또는 비가 될 수 있는 경계 온도에서 앙상한 나뭇가지 형태의 눈 결정에 물방울이 달라붙으면서 두툼한 눈 결정인 습설이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온도가 영하 10~20도까지 떨어지면 푸슬푸슬하면서 잘 뭉쳐지지 않는 ‘건설’이 만들어진다.
김해동 교수는 “앞으로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이번 겨울 한파와 폭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라니냐는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11~2월까지 기온이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추위가 오기 전까지는 따뜻했다가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졌는데, 이처럼 변동성이 큰 날씨가 이어지면서 해안가에서는 폭설이 올 것”이라며 “시베리아 고기압이 남쪽에 계속 머물면서 서풍이 불어, 이 바람을 타고 눈이 내륙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