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2050년까지 전 세계 해산물 소비량이 2015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해양 자원은 한정돼 있어서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고 소비를 충족할 새로운 지속 가능성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핀란드 스타트업인 하일리아(Hailia)는 생선 가공 중에 나온 부산물이나 버려지는 작은 생선을 새로운 식품으로 바꾸는 기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만난 미카엘라 린드스트롬(Michaela Lindström) 하일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생선의 가공 부산물이나 작은 생선을 업사이클링(Upcycling, 가치상향형 재활용)하는 기술”이라며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혁신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설립된 하일리아는 창업 초기부터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육류 필렛(뼈 없는 살코기)과 같은 질감을 구현해 왔다. 이후 생선 자원의 절반 정도만 식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버려지거나 양어장의 사료나 기름으로 활용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일리아는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자동 필렛 가공이 불가능한 작은 물고기나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잉여 자원으로 생선 필렛과 유사한 촉촉하면서도 쫄깃한 질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하일리아의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생산 부산물이나 작은 생선을 잘게 갈고 여기에 부재료를 추가해 맛과 색상을 구현하는 단계다. 두 번째 단계는 생선 필렛과 유사한 질감을 구현하면서 조리 후에도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처리하는 과정이다. 회사는 두 번째 단계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하일리아는 2022년 핀란드에 자체 공장을 설립한 뒤 이듬해 첫 제품을 출시했다. 처음엔 크기가 작아 주로 사료로 쓰이던 작은 청어로 만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연어와 송어 같은 대형 어류의 가공 부산물을 활용하는 데까지 기술을 확장했고, 핀란드의 대형 소매점과 협력해 냉동이나 냉장, 캔 형태로 제품을 선보였다.
오토 카우코넨 하일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 제품은 샌드위치, 피자 토핑, 라자냐와 같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어 생선 필렛뿐 아니라 닭고기나 다진 고기와 같은 다른 단백질 제품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의 단백질 함량은 일반 필렛과 비슷하다”며 “필렛과 비교해 지방 함량이 약간 높을 수 있지만, 미네랄과 비타민D, 오메가3와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생선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도 기여한다. 린드스트롬 CEO는 “생선을 거의 100% 식품으로 활용해 어족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추가적인 어획이나 양식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며 “사육 도중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 붉은 육류 제품을 대체할 수 있어 탄소 발자국(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유용하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던 부산물이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고부가가치 식품으로 전환되면서, 수익성이 10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일리아는 파트너와 협력하는 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하일리아는 최근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로부터 지속 가능성과 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생선 부산물을 식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이 식량 안보와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UNIDO 심사위원단은 “개발도상국에서 식량 안보와 생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와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하일리아는 핀란드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방한(訪韓)도 한국 시장의 관심을 확인하고,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린드스트롬 CEO는 “하일리아의 목표는 업사이클링 기술이 업계의 표준이 되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