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모양으로 잘 알려진 하트조개가 내부로 빛을 전달할 수 있는 정교한 껍데기 구조로 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듀크대 공동 연구진은 하트조개가 빛을 전달하는 광섬유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0일 발표했다. 광섬유는 빛을 전달할 수 있는 가느다란 유리 또는 플라스틱 섬유로, 자연에서 광섬유와 비슷한 구조를 찾은 건 처음이다.
하트조개와 대왕조개는 조개 내부의 바다 광합성조류(藻類)와 공생하며 영양분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조류에게 햇빛을 전달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다. 대왕조개는 껍데기를 열어 햇빛을 받기 때문에 내부가 포식자나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다. 반면 하트조개는 껍데기에 일종의 창문을 만들어 조류에 빛을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연구진은 하트조개의 껍데기 조각을 분석해 빛 투과량과 파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조개껍데기는 탄산칼슘의 결정 형태인 아라고나이트로 이뤄진 투명한 부분이 있었다. 옆에서 보면 마치 길쭉한 유리 섬유와 같은 형태로, 1㎜당 100개의 섬유가 모여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광섬유를 다발로 뭉쳐 놓은 듯하다고 표현했다.
이어 조개껍데기 안쪽에 있는 작은 렌즈가 아라고나이트 섬유 다발을 통해 들어온 빛을 모아 공생 조류가 밀집한 조직에 전달했다. 이때 조류가 필요로 하는 빛은 통과시키면서 유해한 자외선은 막았다. 공생 조류가 광합성 하는 데 필요한 빛은 최대 62%까지 전달하면서도, 해로운 자외선은 5~28% 투과하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하트조개 껍데기의 독특한 구조는 단순히 빛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생물체에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며 “이를 모방해 빛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광학 소재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3110-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