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환경감시선인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15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했다. 그린피스의 환경 운동을 상징하는 선박이 한국을 찾은 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린피스는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레인보우 워리어호 공개 행사를 열고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국제플라스틱협약 지지를 촉구했다.
이날 아침 부산항은 바삐 오가는 배들로 붐볐다. 그중에서도 짙은 초록색 선체에 플라스틱 문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린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단연 눈에 띄었다. 이 배는 전 세계를 항해하며 환경 문제를 알리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요구해왔다. 현재 운항 중인 배는 2011년에 건조된 세 번째 선박으로, 연구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배 이름은 무지개(레인보우) 색같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는 의미를 담았다. 14개국에서 온 선원 17명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소통하고 있었다. 이날 탑승한 선체 내부에는 안전을 위해 집기들이 고정돼 있었고, 환경친화적인 소재로 만든 가구들도 눈에 띄었다.
배보다 훨씬 큰 돛도 인상적이었다. 헤티 기넨 선장은 “바람이 충분할 때는 돛을 활용해 연료 소비를 줄이고 있다”며 “친환경 항해를 위해 하이브리드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데, 디젤로 생성한 전력은 조명과 냉장고 같은 기기뿐 아니라 전기모터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데에도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25년 동안 환경탐사선을 타고 전 세계를 항해한 기넨 선장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해류를 타고 떠밀려 온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엄청났다”며 “15년 만에 오리발을 착용하고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찾은 인도네시아 해변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조각밖에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양을 인식하고,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며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증폭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덧붙였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이번 입항은 그린피스의 국제플라스틱협약 관련 활동의 시작점이다. 이 협약은 전 세계 175여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칙을 논의하는 자리다. 2022년 11월 우루과이에서 첫 회의가 열렸고, 이번 5차 회의는 부산에서 오는 25일 개최된다.
이번 협약의 핵심 논의는 플라스틱 생애 주기 중 가장 많은 유해 물질과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생산’ 단계에서의 감축 여부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번 회의를 두고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라며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주장과 재활용을 중심으로 하자는 논의가 충돌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플라스틱 생산 단계에서의 강력한 감축 목표를 세워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고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섭씨 1.5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2019년 대비 최소 75%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나라 캠페이너는 이번 협상 회의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그는 “최근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재활용보다 감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단순한 의사 개진에서 나아가 비공식적인 회의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더 큰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