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에서 채집한 곰팡이 농사 개미(Mycetophylax asper)./Don Parsons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 거대 운석 ‘칙술루브(Chicxulub)’가 지구에 충돌해 공룡을 비롯한 생명체가 대량 멸종했다. 5차 대멸종이라 불릴 정도로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다. 하지만 이 운석 충돌이 개미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생존 방법을 찾는 기회가 됐다.

미국 스니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4일 “유전자로 분석한 결과 개미와 곰팡이의 오랜 공생 관계가 소행성 충돌 때부터 시작됐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해 지역에 사는 개미 중 약 250종은 곰팡이를 재배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잎꾼개미는 신선한 잎을 잘라 곰팡이에게 먹이고, 곰팡이는 균사가 부푼 공길리디아라고 하는 일종의 버섯을 만든다. 공길리디아는 개미의 먹이가 되고, 또 다시 개미는 곰팡이에게 식물을 공급한다. 이 방식은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대형 개미 집단을 살린다.

연구진은 곰팡이 균류 475종과 개미 276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미가 6600만년 전 운석 충돌 직후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인간이 수천년전에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

2015년 코스타리카의 라 셀바 생물학 연구소가 채집한 곰팡이 농사 개미(Apterostigma collare)./Alex. Wild

연구를 이끈 테드 슐츠 연구원은 “운석 충돌로 대기가 먼지로 뒤덮여 태양이 가려지면서 많은 식물들이 멸종했다”며 “식물의 잔해를 분해하는 곰팡이들이 급격히 번성하면서 개미들의 새로운 식량원이 됐고, 이 때부터 개미들이 곰팡이를 체계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미가 곰팡이 농사를 시작한 지 약 4000만년이 지난 시점에는 잎꾼개미처럼 고등농업 방식을 발전시켰다는 것도 밝혔다. 당시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은 점차 말라붙어 목지와 초원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당시 환경 변화에 맞춰 개미가 곰팡이를 습한 열대우림에서 건조한 서식지로 옮기며 재배를 이어갔다”며 “곰팡이는 이전 조상들로부터 고립돼 개미들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됐고, 지금의 고등 농업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환경 변화가 생물 간 협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슐츠 연구원은 “개미들이 곰팡이를 재배하는 방식은 인간이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며 “개미들이 고등 농업을 시작한 시점까지 정확히 추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n7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