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타트업 리얼 아이스는 캐나다 북극 지역에서 바닷물을 퍼올려 빙붕에 인위적으로 얼음을 두껍게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다./REAL ICE

지구의 온실가스 저장고인 북극 바다가 고장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 연구진은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2100년에는 북극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지금보다 최대 14%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장난 북극 바다를 고치기 위해 영국의 한 스타트업이 나섰다.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는 리얼 아이스(REAL ICE)라는 영국 스타트업이 북극 바다를 떠다니는 해빙을 인위적으로 두껍게 만드는 실험을 성공시켰다고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온난화는 지구의 온실가스 저장고를 망가뜨렸다. 이산화탄소는 온도가 낮을수록 액체에 잘 녹는다. 겨울이면 평균 수온이 섭씨 영하 40도에 달하는 북극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천연 저장고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고,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이런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리얼 아이스의 과학 고문인 애리조나 주립대의 스티븐 데쉬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얼음을 두껍게 만들어서 북극 해빙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얼 아이스의 전략은 북극의 해빙 아래에 구멍을 뚫어서 차가운 바닷물을 퍼 올린 뒤 얼음 위에 쌓여 있는 눈 위로 뿌리는 것이다. 차가운 바닷물이 눈 속의 공기 주머니를 채우고 그대로 얼어붙으면 눈이 얼음으로 변한다. 일종의 단열층인 눈이 얼음으로 변하면 북극의 차가운 공기와 접하면서 전체적으로 온도가 더 내려가 아래쪽에 얼음이 더 많이 자란다.

리얼 아이스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캐나다 빅토리아 섬의 캠브리지 베이에서 실제로 이 아이디어가 작동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얼음을 뜷어 수직 통로를 만든 다음, 수소연료전지로 작동하는 워터 펌프를 축구장 크기의 해빙 아래로 보내서 바닷물을 위쪽으로 퍼 올리는 데 성공했다. 리얼 아이스는 이 방식으로 얼음 두께가 최대 50㎝ 두꺼워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빙붕의 아래 쪽에서 25㎝ 정도 얼음이 성장한 것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케임브리지대 기후복구센터의 숀 피츠제럴드 연구원은 “실제로 새로운 해빙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리얼 아이스는 2026년부터 더 큰 면적에서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실험은 얼음에 구멍을 뚫고 빙붕 아래에 펌프를 보내서 물을 퍼 올렸지만, 북극에서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기 어렵다. 리얼 아이스는 이탈리아 산타나 고등연구대학의 바이오로봇연구소와 협업해 얼음을 뚤고 바닷물을 퍼 올리는 수중 드론을 만들기로 했다.

리얼 아이스는 수중 드론 한 대가 2㎢ 면적의 얼음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매년 겨울에 드론 50만대를 투입해 100만㎢의 얼음을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이렇게 하려면 약 60억달러(8조원)가 필요해 리얼 아이스 혼자서는 쉽지 않다. 리얼 아이스는 유엔을 통해 각국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기업들이 북극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인위적으로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줄리엔 스트로브 교수는 리얼 아이스의 계획에 대해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이런 계획이 눈을 이용해 굴을 파서 생활하는 북극곰이나 바다표범 같은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