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자이언트 판다의 다자란 세포를 이용해 원시세포인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푸바오와 같은 자이언트판다는 중국 지역에만 2000여마리만 남은 멸종위기 취약종이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자이언트 판다의 종 보존과 유전적 다양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학원(CAS)과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연구기지 공동 연구진은 “자이언트 판다 2마리의 피부에서 섬유아세포를 채취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C세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밝혔다. 자이언트 판다의 줄기세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PS세포는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을 넣어 발생 초기의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것이다. iPS세포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나 조직으로 자랄 수 있다. 중국 연구진은 iPS세포를 자이언트 판다의 정자와 난자로 분화시키면 인공 수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류위양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연구기지 연구원은 “자이언트판다는 번식이 어렵고 생식세포를 채취하기도 쉽지 않다”며 “자이언트 판다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판다의 생물학적 특성과 함께 종 보존을 위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이언트 판다는 중국 쓰촨성과 티베트 고산지역에 서식한다. 몸 길이는 최대 1.8m까지 자라고, 몸무게는 평균 100㎏을 넘는다. 거대한 몸집과 다르게 귀여운 외모와 행동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치 선글라스를 낀 것처럼 보이는 까만 눈과 푸짐한 엉덩이가 매력 포인트다. 사람들의 관심과 달리 판다가 사는 지역이 한정적이고 번식을 할 수 있는 발정기가 짧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자이언트 판다의 야생 개체수는 한때 1500마리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중국 연구진은 자이언트 판다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인공 사육 후 야생에 지속적으로 방생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개체수가 소폭 늘어나자 IUCN은 2016년 자이언트 판다의 멸종위기 등급을 ‘취약’으로 올린 상태다.
중국 연구진은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연구기지가 사육하는 13세 암컷 판다 싱롱과 14세 수컷 판다 류바오의 피부조직에서 섬유아세포를 채취했다. 섬유아세포를 배양한 후 건강한 세포를 선별해 ‘리프로그래밍(역분화) 유전자’ 4종을 주입했다. 리프로그래밍 유전자는 2012년 줄기세포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가 iPS세포를 만드는 데 사용한 유전자다. 이미 성장을 끝낸 성체 세포에 리프로그래밍 유전자를 넣으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능력을 가진 iPS세포가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를 이용해 자이언트 판다의 개체수를 늘리는 동시에 유전자 다양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판다가 교미하지 않더라도 줄기세포로 난자와 정자를 만들어 인공수정을 하는 방식으로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정란에서 핵을 제거하고 성체 세포를 넣어 동물을 복제하는 체세포 복제는 세포를 채취한 자이언트 판다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만 얻을 수 있다. 반면 iPS세포를 이용한 방식은 정자와 난자의 유전자가 절반씩 섞이는 자연적인 번식과 같은 효과를 낸다. 유전자 다양성을 높여 전염병이나 기후 변화에 대한 종 보존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류 연구원은 “현재 야생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판다는 유전자 다양성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수정이 가능해진다면 야생 자이언트 판다의 번식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n7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