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서울 용산구의 4차선 도로변에서 배출가스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단속 대상이 된 1t트럭이 단속반 지시에 따라 공회전을 하면서 쏟아져 나오는 시커먼 매연을 서울시 소속 사회복무요원이 지켜보고 있다./조선DB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약계층은 미세먼지에 더 노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출가스 규제의 효과가 사회적, 경제적 계급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연구 결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과거 한국에서 진행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냈다. 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미세먼지 대책이 필요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워싱턴대, 캘리포니아 환경건강위험평가사무소 공동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캘리포니아의 차량 배출 규제 정책이 공기 중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약 65%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먼지다.

캘리포니아주는 미 연방정부보다 먼저 대기오염에 관한 규제를 해온 지역이다. 2002년 승용차와 경트럭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25% 감축하는 규정이 통과된 데에 이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전체적인 초미세먼지 농도는 줄었지만,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정도는 히스패닉이나 흑인 같은 유색 인종과 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역 거주자들이 다른 곳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십 년 동안의 규제도 미세먼지 불평등은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연구진은 “경량 차량에서 나오는 배출가스가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라며 “결과적으로 특정 지역의 인프라와 도시 설계가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 경량 차량이 전체 초미세먼지의 65~70%를 차지했으며, 특히 유색 인종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취약 계층은 차량 가격이나 유지비가 저렴한 경량 차량을 주로 이용한다.

이번 연구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존 공공 정책의 한계점을 짚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도입, 대중교통 확충, 그리고 오염이 집중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 배출 감소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에도 캘리포니아주와 다르지 않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가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도 같은 규제라도 지역마다 상대위험도가 달랐다. 지역 주변 인프라에 따라 미세먼지의 구성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종태 교수 연구진은 “석유나 석탄같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황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사망률도 높은 경향이 나왔다”며 “산업 시설이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특성에 맞춰 미세먼지 질 관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동네에 사는 주민일수록 미세먼지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취약계층은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 더 나쁜 미세먼지 환경에 노출될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n8544

Environment International(2019), DOI: https://doi.org/10.1016/j.envint.2018.09.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