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매미는 갑자기 늘어나 과수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돌발 해충'의 대표적인 사례다./충청북도농업기술원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으로 ‘여름 모기’는 옛말이 됐다. 4월부터 기온이 갑자기 오르며 때 이른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갑자기 개체 수가 증가한 ‘돌발 해충’도 종류가 늘고 있다. 꽃매미와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미국흰불나방 같이 농작물이나 산림, 가로수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올해 상반기 내내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돌발 해충 방제에 나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4월 전국 평균 기온은 섭씨 14.9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역시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6~8월에는 평년보다 덥고 많은 비가 올 가능성이 높다. 때 아닌 고온 현상에 일부 해충은 평년보다 일주일 이상 빠르게 발생하면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태계 무너지는데 해충은 늘어

국제 학술지들은 전 세계에서 곤충 수와 종류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계속 싣고 있다. 2022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기후변화와 농업으로 전 세계 곤충 수가 최대 49%나 줄었고, 종 수는 29% 줄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100년 뒤엔 곤충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돌발 해충 대부분이 속한 ‘외래침입종’은 증가하고 있다. 외래침입종은 원래 서식지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생물 종을 말한다. 침입종 해충은 토착종보다 기후변화나 인간 활동으로 파괴된 서식지에 더 쉽게 정착할 수 있다. 전체 곤충 개체 수가 줄어들거나 멸종하더라도 침입성 해충은 개체 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곤충 다양성이 줄어들면 생태계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며 “곤충 종이 줄어들수록 해충을 억제할 수 있는 곤충의 수가 줄어들면서 생태계 불균형이 더 빨라지고, 곤충을 먹이로 삼는 다른 개체나 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충 증가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질 전망이다.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에서 침입성 해충을 포함한 침입종으로 인해 연간 4230억달러(약 583조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연간 200종씩 새로운 종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은군 과수농가 방제 장면(보은군 제공)./뉴스1

◇토착 곤충 살려 외래종 견제해야

현재 전국 지자체는 돌발 해충이 알에서 깨어나는 시기부터 방제에 나서고 있다. 어린 약충은 이동성이 낮아 방제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앞서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꽃매미와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와 같은 돌발 해충 부화 시기가 2~3일에서 최대 일주일 정도 빠를 것으로 보고 미리 약제를 사용해 방제할 것을 당부했다.

플로리안 멘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 연구원은 “해충의 확산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기존에 살고 있던 곤충들을 살리려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식지에 살던 기존 곤충이 줄어들수록 해충을 견제할 만한 개체 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멘젤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른 지역에서는 더 높은 고도나 시원한 지역으로 곤충이 이동할 수 있도록 일종의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곤충이 서식지를 옮길 수 있도록 자연 보호구역을 연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마인츠대 연구진은 무역이나 관광을 통해 유입되는 침입성 곤충을 막기 위한 조치도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2),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2-04644-x

Biology Letters(2023), DOI: https://doi.org/10.1098/rsbl.2023.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