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한 국가 법원은 돼지고기에 '기후 통제' 라벨(분홍색)을 붙인 것이 오해이 소지가 있디고 판결했다./덴마크기후무브먼트

기후를 생각한 소시지, 재활용 라벨이 붙은 바지, 탄소 발자국을 지울 수 있는 책임감 있는 항공권. 점점 더 많은 대형 브랜드들이 친환경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킬 수 없는 약속임이 드러나 상당수가 비난을 받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항공사부터 패션업체, 돼지고기 판매업체에 이르기까지 기후 문제에 대한 허위 광고를 내세운 ‘그린워싱(greenwashing·녹색세탁)’사례를 소개하며 이들에 대한 비난과 소송이 늘었다고 12일(현지 시각) 전했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나 단체가 실제로는 환경보호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허위로 친환경적인 광고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은 ‘책임감 있는 비행(fly responsibly)’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KLM은 승객이 탑승권을 구매하면 삼림녹화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항공기에서 나온 탄소 발자국을 지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법원은 KLM이 이 슬로건을 내세우는 것을 금지했다. 효율적인 항공기를 개발하고 현 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기 전에는 친환경 비행이 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규제기관 CMA(경쟁시장국)는 여러 패션 브랜드들이 재활용 제품이 아님에도 녹색잎 그림을 제품에 붙이는 것을 금지했다.

덴마크 법원은 지난 3월 최대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대니시크라운이 돼지고기에 ‘기후 통제(climate-controlled)’ 라벨을 붙이지 못하도록 했다. 대니시크라운은 홈페이지를 통해 양돈 농가가 ‘기후 통제’ 운영을 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덴마크에서 생산하는 돼지고기가 생각보다 기후 친화적”이라는 정도로 광고하는 것은 괜찮다고 허가했다.

레티티아 제임스 미국 뉴욕주 법무장관은 다국적 육류업체인 JBS가 생산과정에서 수년 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겠다고 주장했지만 실행 가능한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JBS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더 적은 자원을 사용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식량을 공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영국 그랜섬연구소 연구진은 지난해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하는 사례가 2배 이상 늘었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기후변화법사빈센터에 따르면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된 기후 소송 대부분이 오해 소지가 있는 광고에 대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다만 그린워싱에 대한 소송은 양날의 검이 될 우려도 있다.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에는 당연히 진실과 책임을 물어야 하겠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기업이 스스로 그린 마케팅을 꺼리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그린(green)’ 또는 ‘지속가능성(sustainable)’ 라벨이 붙은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2배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젊고 부유한 소비자일수록 이런 라벨이 붙은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텐시 웰랜 뉴욕대 지속가능한비즈니스센터장은 “시장에서 친환경을 광고하는 전략은 기업에게 기회이지만, (실제로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지) 진정성있게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