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강진이 발생해 최소 7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지진 여파로 건물 수백채가 무너져 사상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얕고 대만 본토와 위치도 가까워 피해가 컸다.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 기준보다 강한 진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3일 대만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각) 대만 북동부에 있는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바다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번 지진은 1999년 2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규모 7.3 지진 이후 최대 규모다.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에서는 인명피해와 함께 강한 진동이 감지되면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31만여 가구에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도 지진으로 일부 생산 시설의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질학계에서는 이번 지진의 피해가 컸던 이유로 대만의 지리적 위치를 지목한다. 대만은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이 만나는 지역이라 이전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 특히 이번 지진은 심도가 약 18㎞로 얕고 진앙도 해안선에서 가까워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3일 대만 동부 화롄(花蓮)시 남동쪽 7㎞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7.4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을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대만 당국은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AP 연합뉴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충돌하는 충돌대 위에 대만이 놓여 있다”며 “유라시아판이 대만 아래에서 침강해 들어가며 역단층성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진원 깊이가 18㎞에 지진해일을 유발할 수 있는 강한 지진이 발생해 피해를 더 키웠다”며 “침강대 기준으로 봤을 때는 진원 깊이는 얕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침강대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규모가 커질수록 진원의 깊이가 깊어진다.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의 면적이 넓을 수록 규모가 커지는 데, 깊은 곳부터 단층이 쪼개져야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지진은 깊이가 얕은 곳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침강대와 100㎞ 이상 떨어진 일본과 달리 수십㎞의 가까운 거리에서 지진이 발생한 점도 피해 규모와 연관이 있다. 이번 지진에서 관측된 ‘최대 지반 가속도(PGA)’는 약 0.5G로 나타났다. 최대 지반 가속도는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는 정도를 말하는 데, 건축물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내진 설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홍 교수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 기준은 최대 지반 가속도 0.3G를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며 “건축물 중 가장 안전하게 지어지는 원전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진동이 이번 지진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지진으로 대만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오전 7시 58분쯤 대만에서 규모 7.2 지진이 발생했다고 대만 중앙기상서가 전했다./대만 중앙기상서 홈페이지 캡쳐

워낙 강한 지진이 발생한 탓에 수개월 간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만 정부는 앞으로 3~5일 간 규모 6.5~7.0의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규모 7.2의 지진이 본진이라고 가정했을 때 워낙 강했던 만큼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여진은 지진 사례마다 다르지만 최대 수개월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지진으로 지진해일(쓰나미) 경보를 발령한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지진 감시 체계를 이용해 대만에서의 지진 감지가 이뤄지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지진 규모를 계산하는 방식과 요소에 따라 미세한 차이는 있으나 대만에서 측정한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지됐다”며 “국내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