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2일 그린란드 스코레스비 피오르드의 빙산이 녹아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AFP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극지방의 얼음이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적용하는 ‘윤초’ 계산을 어렵게 만들어 일상에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덩컨 애그뉴(Duncan Agnew) 미국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1990년 이후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지구의 자전 속도가 기존 예측보다 느려지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7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태양·달의 영향이나 지진, 자전축 변화 등으로 일정하지 않다. 시간은 원자의 진동수를 토대로 인공적으로 만든 ‘원자시’와 천문 현상을 기준으로 한 ‘천문시’가 있다. 현재 사람이 쓰고 있는 시간은 ‘협정시’인데, 이는 세계시와 원자시를 합쳐 보완한 시간이다.

협정시는 기본적으로 원자시를 바탕으로 하되 세계시와의 차이를 메꾸는 방식을 따른다. 만약 두 시간의 차이가 쌓여 0.9초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협정시에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윤초’를 발표해 시간을 맞춰왔다. 윤초는 1972년 처음 도입돼 2016년까지 모두 27차례 발표됐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빨리 녹아 해수와 지구 질량 분포에 영향을 미쳐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지방에서 녹은 물이 지구 자전축에서 멀리 퍼지면서 자전 속도를 원래보다 느리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윤초 적용 시기도 원래 예상한 2026년보다 3년 정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번 윤초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져 2026년 1초를 빼는 ‘음의 윤초’로 발표될 예정이었다.

윤초는 일상과 산업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2012년 윤초가 적용됐을 당시에는 항공기 발권 시스템에 오류가 일어나 운항이 중단되고, 2016년에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실제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윤초 폐지를 주장해왔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는 이미 지구 시간 측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더 많은 사람이 깨닫고 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170-0

Nature,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0932-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