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푸바오(Fubao)가 지난 3일 에버랜드에서 한국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푸바오는 양국 협약에 따라 4월 초 중국으로 건너간다. 푸바오는 중국에서 자신과 색이 다른 친구를 만날지 모른다. 사육 판다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갈색 털을 가진 치자이(Qizai)다. 과학자들이 치자이와 푸바오는 왜 색이 다른지 밝혀냈다. 갈색 판다는 한 유전자에서 한 벌 모두 일부분이 누락됐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원의 푸웬 웨이(Fuwen Wei) 박사 연구진은 5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자이언트 판다(학명 Ailuropoda melanoleuca)에서 갈색 털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판다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염기쌍 25개 결실이 갈색 털 유발
푸바오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흑백 대비에 있다. 자이언트 판다는 얼굴과 몸통은 하얗고 눈과 귀, 팔다리만 검은색을 띤다. 하지만 세상이 흑백 논리로만 설명되지 않듯, 자이언트 판다도 다른 색이 있다. 1985년 중국 산시성 친링산맥에서 처음 발견된 갈색 판다는 흑백 대신 갈색과 흰색 털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진은 14살 수컷 치자이가 갈색 털을 가진 것은 색소 관련 유전자인 Bace2에서 일부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NA는 4가지 염기가 연결된 순서에 따라 유전정보가 결정된다. 지금까지 갈색 판다는 치자이를 포함해 친링산맥에서 발견된 7마리뿐이다. 중국에서 자이언트 판다는 대부분 쓰촨성에 서식한다.
푸웬 웨이 박사 연구진은 지난 2013년 ‘네이처 유전학’에 친링산맥의 판다는 약 30만년 전에 쓰촨성 판다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갈색 판다인 치자이와 관련이 있는 세 가족 29마리의 유전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부모 판다와 치자이와 짝, 둘이 낳은 새끼의 유전자를 해독했다. 동시에 40년 전 중국 최초의 갈색 판다로 기록된 암컷 단단(Dandan)과 짝, 새끼도 연구했다. 29마리 중 치자이와 지금은 죽은 단단만 갈색과 흰색 털을 가졌다.
판다는 부모로부터 각각 Bace2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는다. 연구진은 갈색 판다의 Bace2 유전자는 양쪽 모두 염기 25개가 빠졌음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판다가 부모로부터 모두 정상 유전자를 받으면 검은색 털을 갖고, 부모 중 한쪽에서 염기가 빠진 유전자를 물려받아도 다른 쪽이 정상 유전자라면 역시 검은색 털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염기가 빠진 유전자가 열성 유전자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사육 중인 다른 흑백 판다 192마리의 유전자 염기서열도 추가로 분석했다. 역시 염기 25개가 빠진 Bace2 유전자가 쌍을 이룬 경우는 없었다. 연구진은 갈색 판다는 모발과 피부의 색소 침착을 담당하는 소기관인 멜라노솜이 더 작고 수도 적었다고 밝혔다. Bace2 유전자가 털 색과 관련된 유전자라는 말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쥐의 Bace2가 양쪽 모두 열성이 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더니 이전보다 밝은 털이 나왔다고 밝혔다. 동물학연구원은 앞으로 염기쌍 25개가 빠진 것이 어떻게 판다의 멜라노솜 크기와 수를 바꾸는지 정확한 원리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푸바오의 귀여움은 위장색
과학자들은 자이언트 판다가 흑백으로 명암 대비가 확실한 털 색을 띠는 이유도 밝혔다. 예상과 달리 귀여움을 극대화해 자신을 과시하기보다 오히려 천적의 눈에 띄지 않고 몸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진화생태학자인 팀 카로(Tim Caro) 교수는 지난 2021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자이언트 판다의 독특한 털 색깔은 보호색이라고 발표했다. 검은색 털은 어두운 그늘이나 나무둥치에서 드러나지 않고, 흰색 털은 눈이나 나뭇잎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 중간은 듬성듬성하게 나 있지만, 흙과 비슷한 색인 옅은 갈색 털이 맡았다.
판다의 흑백 털이 위장용이라는 말은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푸바오는 멀리서 봐도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인간이 판다를 쉽게 찾는 이유는 주로 동물원이나 사진을 통해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로 교수는 “우리 연구진의 중국인 동료가 야생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을 때 자이언트 판다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내가 좋은 시력으로도 야생의 판다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시력이 더 나쁜 다른 포식자들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검은색과 흰색 털의 경계가 분명한 ‘분열적 색(disruptive coloration)’은 멀리서 봤을 때 판다의 윤곽을 흐트러뜨리고, 가까이서 보면 배경색과 일치해 자연에서는 판다를 찾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간뿐 아니라 판다의 천적인 고양잇과(科)와 갯과 동물의 시력 모델에서도 같이 나타났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317430121
Scientific Reports(2021),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1-00742-4
Nature Genetics(2013), DOI: https://doi.org/10.1038/ng.2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