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서 촬영한 성층권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늘어나는 성층권의 수증기를 줄이는 데 개입해 지구 온난화 현상을 늦춘다는 계획이다.

조슈아 슈바르츠(Joshua Schwarz) NASA 화학과학실험실 연구과학자는 성층권에 얼음 핵입자를 주입해 수증기를 줄여 지구 온도를 낮추는 방법에 대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9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지구 대기에서 두 번째로 낮은 위치에 있는 성층권은 수증기가 거의 없어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성층권에 수증기가 유입되면 지구 표면에서 반사된 복사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온난화 효과를 일으킨다. 실제로 2022년 폭발한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해저화산(통가 화산)에서 1억5000만t의 수증기가 나와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연구팀이 고안한 방법은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다. 지구공학은 쉽게 말해 과학기술로 지구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주로 논의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만으로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측면에서 시작된 연구 분야다.

이번 연구는 성층권에 있는 수증기에 얼음 핵입자를 뿌려 의도적으로 수증기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개념연구다. 성층권 수증기는 자연적으로 하부층인 대류권으로 돌아가면서 극지방으로 순환하는데,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수증기의 영향이 줄어든다. 연구팀은 앞서 NASA가 2011~2015년 열대 지방의 성층권 수증기를 관측하기 위해 수행한 ATTREX(Airborne Tropical Tropopause EXperiment) 임무의 자료를 기반으로 연구에 돌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열대 지방의 성층권 수증기를 관측하기 위해 수행한 ATTREX 임무에 투입된 글로벌 호크./NASA

연구팀이 NASA의 관측 자료와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성층권 수증기를 제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도 16~20㎞ 사이에 얼음 핵입자를 뿌리면 성층권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수증기가 얼음으로 응축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얼음은 낮은 고도로 떨어지면서 수명이 짧은 구름을 만들고 성층권 수증기는 일정한 양으로 유지된다.

지구 대류 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태양 복사열을 방출하는 방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블라즈 가스파리니(Blaz Gasparini)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복사열이 구름에 갇히지 않고 우주로 빠져나가도록 권운(卷雲)에 미세 입자를 뿌려 없애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름에 먼지 같은 미세 입자를 넣어 구름의 얼음 결정을 없애는 기술이다.

지구공학이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비판도 적지 않다. 지구 기후를 인위적으로 바꿔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에 의지하는 경향도 있어 실제 효과를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슈바르츠 연구팀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또 실제로 성층권 수증기를 줄이는 방안이 실행되기 위해선 다양한 현실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건에서 성층권 수증기를 줄이려면 5대의 항공기가 주당 최대 800시간 쉬지 않고 비행해야 한다. 얼음 핵입자를 뿌린 뒤 오히려 낮은 고도에서 증발해버려 오히려 성층권 수증기가 늘어나는 2차 영향도 평가해봐야 한다.

연구팀은 “기후 개입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개입에 대한 실험이 가능한지 여부”라며 “성층권 수증기를 줄이는 아이디어는 성층권의 온도 분포와 지속적인 추적, 얼음의 움직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k0593